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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변방 지역에서 부르는 '우쑤리 뱃노래'…새 시대 변화의 물결 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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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변방 지역에서 부르는 '우쑤리 뱃노래'…새 시대 변화의 물결 출렁
  • 서정훈 기자
  • 승인 2023.03.09 2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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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레이(劉蕾)가 지난해 5월 21일 헤이룽장(黑龍江)성 퉁장(同江)시 허저(赫哲)족향 위예(漁業∙어업)촌 부근 헤이룽(黑龍)강 강가에서 허저족 민요를 부르고 있다.
류레이(劉蕾)가 지난해 5월 21일 헤이룽장(黑龍江)성 퉁장(同江)시 허저(赫哲)족향 위예(漁業∙어업)촌 부근 헤이룽(黑龍)강 강가에서 허저족 민요를 부르고 있다.

[신화/서울=동양뉴스] 서정훈 기자 = "굽이 치는 우쑤리(烏蘇里)강, 넘실대는 푸른 물결, 허저인이 천 개의 그물을 펴니 배에는 물고기로 가득하구나…." 중국 동북 변방 지역에선 800여㎞의 우쑤리강이 유유히 흘러가고 있다. 이 강가를 지키며 오랜 역사를 이어온 허저(赫哲)족의 민요 '우쑤리 뱃노래(烏蘇里船歌)'는 신비로운 그들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중국에서 인구가 적은 소수민족 중 하나인 허저족은 헤이룽(黑龍)강, 우쑤리강, 쑹화(松花)강 유역에 거주하며 대대로 어업과 수렵으로 생계를 이어 왔다. 어업은 허저족 생활의 전부라고 할 수 있어 이들은 '어피(漁皮) 부족'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1984년생인 류레이(劉蕾)는 헤이룽장(黑龍江)성 퉁장(同江)시 경제합작촉진센터 부주임으로 허저족에서 유일하게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로 선출됐다. 류레이는 현지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생선을 먹었기 때문에 어떤 물고기든 한눈에 구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식사 때가 되면 허저족 사람들은 갓 잡은 생선을 회를 뜨고 식초를 살짝 뿌려 소금으로 버무려 먹는다며 끼니마다 매번 빠지지 않고 나오는 메뉴라고 소개했다.

류레이에게 생선은 어린 시절 행복한 기억과 가슴 아픈 기억이 교차되는 지점이다. 매년 4월 중하순쯤 강물이 녹으면 부모님은 찬바람을 맞으며 집을 나섰다. 강가에 움막을 짓고 낮에는 물고기를 잡고 밤에는 움집에서 생활하며 여름철 모기에 물려가는 나날이 어로철이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류레이(오른쪽 셋째)가 지난달 22일 헤이룽장성 퉁장시 무형문화전시관에서 수강생들과 함께 '우쑤리 뱃노래(烏蘇里船歌)'를 부르고 있다.
류레이(오른쪽 셋째)가 지난달 22일 헤이룽장성 퉁장시 무형문화전시관에서 수강생들과 함께 '우쑤리 뱃노래(烏蘇里船歌)'를 부르고 있다.

2008년 대학 졸업 후 류레이는 귀향하기로 결정했다. 국가 차원의 산업 지원책을 바탕으로 부모님과 함께 양봉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류레이는 "꿀벌·벌통 모두 정부가 무료로 제공해 줬다"며 물고기는 빠삭하게 알고 있는 어민들이 꿀벌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해 양봉 첫해 겨울에 10여 상자의 꿀벌이 모두 얼어 죽었다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그는 관련 서적이나 자료를 찾아보고 전문가를 찾아가 조언을 구하면서 점차 요령을 터득해 갔다. 한 통 가득 담긴 황금빛 꿀을 보며 가족 모두 '꿀처럼 달콤한 인생'을 누리게 됐다고 생각했다.

양봉 외에 잉어∙게∙오리 사육 등 정부 지원을 받아 뭍으로 나온 허저족이 점차 늘어났다. 그들은 농사를 짓고 양식을 하기 시작했다. 자작나무 껍데기로 지은 오두막집, 흙구덩이를 파 만든 움집 등이 흙집으로 바뀌었고 이후 또 벽돌집으로 변신했다.

이 해에 류레이는 제11기 전인대 대표로 선출됐다. 그는 인민대회당에 들어가 사람들에게 과거와 현재의 주택 사진을 직관적으로 대비해 보여주며 허저족의 달라진 삶을 소개했다.

헤이룽장성 퉁장시 허저족향 바차(八岔)촌 거주지를 지난 2020년 7월 21일 드론 사진에 담았다.
헤이룽장성 퉁장시 허저족향 바차(八岔)촌 거주지를 지난 2020년 7월 21일 드론 사진에 담았다.

지난 2013년 8월 수위가 계속 상승하던 우쑤리강에서 홍수가 갑자기 발생해 일부 허저족 거주지 주택이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허저족 주민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바로 새 거주지로 이사했고 민족의 특색을 담은 벽화를 그렸다.

바야흐로 2020년 류레이는 농촌 기층 업무를 맡아 퉁장시 허저족향 위예촌 부주임이 됐다. 농촌 진흥은 그와 마을 사람들의 피부에 와닿는 키워드가 됐다. 합작사와 함께 대두∙옥수수 중 어느 것이 더 돈이 될까 고민하는 것이 그의 업무 일상이 되었다.

허저족 속담 중에 '강에는 금도 은도 있으니 손을 놀리지 말고 근면하게 살라'는 말이 있다. 위예(漁業∙어업)촌 합작사는 특색 작물 사업을 발전시키고 농부산물 정밀 가공 사업을 모색했다. 최근 몇년간 마을에서 재배한 장미를 말려 장미차로 가공하는 사업을 벌였는데, 적지 않은 빈곤민이 마을에 와 취업하게 되면서 빈곤 탈출을 실현하게 되었다.

낮에는 풍경을 즐기고 고기잡이를 하며 강가에서 야외 취사를 하고, 저녁에는 노을과 함께 모닥불을 피우고 가무를 즐기는 현지인들에게 익숙한 일상이 점차 외지인들을 유치할 수 있는 관광 포인트가 됐다. 이제 관광업은 허저족의 중요한 기간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허저족은 언어만 있고 문자가 없어 민족 문화가 구전으로 계승돼 왔다. 이마칸(伊瑪堪)은 허저족의 독특한 설창 예술이다. 현재는 이마칸 국가∙성∙시∙현급 전승인 시스템이 갖춰지는 등 문화 전승과 보호에 힘을 쏟고 있다. 퉁장시 바차(八岔) 허저족향 이마칸전습소에선 허저족 노인들이 허저족 민요를 가르친다. 노인에서 어린아이에 이르기까지 수강생들의 열정이 뜨겁다.

또한 농촌 교육 환경이 갈수록 개선되면서 마을엔 교사가 신축되고 신규 선생님이 부임했다. 그러자 허저족 아이들이 산골짜기를 벗어나 대학에 진학하는 꿈을 꿀 수 있게 됐다. 일부 허저족 청년들은 공부를 마친 후 고향으로 돌아와 어피 갤러리를 세우고 전통 어피 공법을 혁신해 부티크 수공예품으로 만들어 국내외 판매하는 등 창업에 나섰다. 어업∙수렵에서 농경, 그리고 특색 작물 재배, 문화∙관광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종이 함께 발전하고 있는 허저족 마을. 2019년 말 기준 허저족 주요 거주지의 빈곤 가정은 모두 빈곤 탈출에 성공했다. 허저족 인구는 신중국 수립 초기의 약 300명에서 5천 명 이상으로 불어났다.  

천지개벽에 비견될 고향 마을의 변화 과정을 보며 류레이는 자부심을 감추지 못했다. 올해 그는 네 번째로 전인대 대표에 당선됐다. 장기간의 연구조사 끝에 문화∙관광 융합 발전 지원 강화, 관광 인프라, 공공 서비스 발전을 위한 자금 투입 증대, 현지 관광업 발전 동력 개발 등 변경 지역 질적 발전을 위한 계획을 세웠다. 지난 15년 동안 류레이는 130여 건의 제안서를 제출했으며 많은 관련 부서에서 이를 채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강물이 유유히 흘러가는 것처럼 변화의 물결도 계속되고 있다. 류레이는 "허저족의 변화가 중국 56개 민족 발전의 축소판"이라며 "중국 변경 지역의 진흥과 발전을 생생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변방을 지키는 이 민족이 모든 중국인과 함께 행복의 길을 걸으며 새로운 시대의 '우쑤리 뱃노래'를 높이 부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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