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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왜 가족이 힘들까?-인간관계의 전형 '투사적 동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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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왜 가족이 힘들까?-인간관계의 전형 '투사적 동일시'
  • 김원식
  • 승인 2023.03.21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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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상 박사&송유미 교수의 '우리 家 행복한 家' ⑮
송유미 대구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 소장)​

[동양뉴스] 최근에 만난 40대 후반의 여성 내담자는 직장 내에서 외톨이가 된 듯 애착을 느낄 대상이 없는 것으로 좌절감과 무기력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러한 감정은 이전 직장에서도 비슷했다.

자기가 하는 말에 대해 '차갑다', '사무적이다'라고 하면서 대놓고 피해 버리는 직원도 있었다.

그것을 가장 끔찍했던 것으로 기억했다. 주변에 다른 직원들이 있었지만, 그 누구도 그에게 다가와 주지 않았다.

불꺼진 무대 위에 관객 하나도 없이 자기만 덩그러니 서있는 듯한 느낌으로 공포스럽기까지 했다고 상기했다. 

◇ 충분한 돌봄 받지 못한 40대 여성

내담자의 부모는 6남매 중 넷째였던 그녀에게 특별한 관심을 주지 않았던 것 같고 특히 아픈 동생이 있어서 그에게 신경 쓰느라 내담자는 어린 시절부터 충분한 돌봄을 받지 못했다.

내담자는 자기가 알아서 클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결혼생활에서도 남편이나 시댁 사람들과도 친밀감을 잘 느끼지 못했다.

남편은 자기에게 관심이 없는 것 같고, 몇해 전부터 남편이 다른 여성과 친하게 지내게 된 것에 분노하면서 최근에는 이혼까지 고려하고 있었다.

고학력에 능력이 뛰어난 내담자는 외적으로 보기에는 화려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내면으로 들어가 보면, 자존감이 낮고 깊은 공허감과 허무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여성 내담자는 상담에 적극적이었다.

사회적으로 부지런하고 유능한 모습처럼 상담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하지만 자신을 깊게 탐색하는 것에 대해 어려워 했고, ’상담이 자기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하면서도 사실 누군가가 자기에게 어떤 것을 해 주어도 자존감을 올리기 어렵다고도 했다.

자신은 애착을 느끼고 의지할만한 사람이 없다는 것에 두렵다고 하면서 자신감이 거의 바닥을 치는 것처럼 표현하기도 했다. 

반복되는 내담자의 말에 필자는 상담사로서 스스로의 능력을 의심하게 되었고, 자존감도 떨어졌으며, 필자가 무슨 말을 해 주어도 이 내담자에게 소용이 없다는 생각에 좌절감과 무기력감이 느껴져왔다.

이런 상황에 직면한 필자는 이 상황이 ’투사적 동일시‘임을 포착하였다.

내담자가 느끼는 감정인 좌절감과 무기력감을 상담사인 필자가 느끼도록 불러일으킨 것이다.

상담에서 자주 포착되는 투사적 동일시의 모습이었다. 인간관계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상대에게 ’투사‘, 상대 역시 동일한 감정 경험으로 ’동일시‘

투사적 동일시라는 심리기제는 자기의 불편한 감정을 상대에게 전달하여 상대방도 그런 감정을 느끼도록 유도하고 조종하는 것이다.

자기가 느끼는 감정을 상대방이 그대로 불러일으켜서 그의 감정 상태를 자기와 같은 상태로 만드는 무의식적 과정이다. 

투사적 동일시는 상담사들이 모여서 사례발표나 슈퍼비전을 하는 자리에서도 종종 일어난다.

내담자가 자기의 상황이 절망적이고 어떻게 해도 삶이 나아지거나 고통이 줄어들기 어렵다는 표현을 계속하면, 상담사는 내담자의 감정을 전달받아서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그런데 그 상담사가 사례발표를 하는 자리에서 내담자의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하면 그 감정이 그 자리에 함께 참석한 동료 상담사들에게 그대로 전염되기도 한다.

상담사도 내담자처럼 연약한 인간이기에 내담자가 투사하는 부정적인 감정을 상담사의 내면에 이미 포함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상담 중에 어디까지가 내담자가 전달하는 감정이고 어디부터가 상담사 자신의 감정 상태인지 구분해 알아채기가 어려울 때가 종종 있다.

어떤 때는 상담사 자신이 정서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만큼 투사적 동일시는 자기와 대상의 경계가 불분명한 정서적 경험으로 인해 혼란스러움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투사적 동일시는 긍정적 정서를 전달할 때도 사용되기에 행복 기쁨 사랑과 같은 좋은 감정이 투사적 동일시 기제를 통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도 있다.

◇ 심리기제 깨닫고 스스로를 돌보아야

필자는 내담자에게 투사적 동일시라는 심리기제를 알려주는 것이 상담에서 일차적인 작업이었다.

여러 번의 상담을 통해 이 심리기제의 작동방식을 인식하도록 해주었다.

부모로부터 충분하지 못했던 애착을 남편이나 직장동료들로부터 받으려 했고, 남편이나 직장동료들에게 느꼈던 좌절감과 무기력감은 그들로 인한 것이 아니라 충분히 애착을 주지 않았던 그녀의 부모에게 느꼈던 감정을 그들에게 투사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게 하였다.

이것은 분리의 첫 작업이다.

그 다음은 자기가 자기에게 그때의 애착의 대상이었던 부모가 되어 내면의 아이를 스스로 잘 돌보며 양육하는 것이다.    

(외부 칼럼은 동양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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