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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가족의 변화, 그 시작과 끝-저출생 용어와 부모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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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가족의 변화, 그 시작과 끝-저출생 용어와 부모의 책임
  • 김원식
  • 승인 2024.01.30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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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상 박사&송유미 교수의 '우리 家 행복한 家'
이제상 박사.
이제상 박사.

[동양뉴스] 요즘 정부와 상당수 언론에서 ‘저출산(低出産)’을 ‘저출생(低出生)’으로 바꿔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반대한다.

출산율(fertility rate)과 출생률(birth rate)은 이미 학문적으로 다른 의미로 확립된 전문용어이기 때문이다.

번역어의 차이이지 어디에도 성차별적 의미가 들어가 있지 않다는 게 이유다.

그런데도 여성 유권자의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앞다투어 저출산을 저출생으로 바꾸어 사용하고 있다.

과거엔 ‘저출산’ ‘출산율’이라는 용어를 썼지만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을 여성의 책임으로 돌린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 저출생은 부모 책임 회피하는 용어

필자는 출산(出産)을 출생(出生)으로 바꿔 사용하는 것을 반대한다.

출생(出生)이란 용어는 출산과 양육을 둘러싼 누군가의 수고로움과 그 책임을 회피하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스스로 출생할 수 없으며, 스스로 자랄 수 없다.

예로부터 부생모육(父生母育)이라고 하여 ‘아버지는 (자식을) 낳게 하시고 어머니는 (자식을 낳아) 길러주신다’고 했다.

부모가 생육(生育)해야만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다. 부모가 출산하고 양육해야만, 자식은 독립된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출산·양육을 공동의 책임이라며 책임을 사회에 떠넘기는 방식으로 아니면 책임을 회피하는 모르쇠 방식으로 대처해왔다.

1970년대만 해도 외벌이 가정이 압도적 다수를 점하면서 여성이 출산과 양육을 책임지는 것을 당연시했다.

이때 엄마의 출산과 양육의 수고로움은 노래 ‘어버이의 은혜’에 잘 담겨있다. 

◇ 책임을, 여성은 사회에 넘기고 남성은 외면 

그러다 1990년대 한국사회가 서비스업 중심의 후기산업사회로 진화하면서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급격히 늘었다.

이에 따라 아이를 누가 맡아 키우느냐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김영삼 정부는 여성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1990년 1900개에 불과했던 보육시설을 1997년 1만7000여개로 단기간에 늘렸다.

IMF 외환위기를 지나면서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을 앞지르고, 젊은 여성들일수록 결혼과 양육을 선택하기보다는 취업과 경력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0~5세 모든 아동에게 보육료를 지원하는 무상보육이 완성되었다.

이로써 자녀양육을 국가제도에 맡기며 탈가족화를 희망하던 여성계의 숙원이 이루어졌고, 여성의 노동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국가의 의지가 동시에 관철되었다. 

그에 따라 출산과 양육에 대한 부모의 책임의식은 점점 약해졌다.

맞벌이가 대세가 되었지만, 자녀양육은 ‘외돌봄’에 머문 채 ‘맞돌봄’으로 발전하지 못했다.

엄마에게 대가 없는 희생만을 강요하는 상황은 여성이 엄마가 되기를 기피하게 만들었고, 자녀는 엄마의 성공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자 방해꾼이 되어 버렸다.

아빠는 돌봄의 역할을 부분적으로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일, 자신이 해야 할 과업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국가를 대신해 자녀를 떠맡은 어린이집 교사도 궁극적 책임의 당사자도 아니다.

결국 부모들은 자녀양육을 고달픈 것, 싫은  것, 귀찮은 것으로 간주하고, 회피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청춘남녀들도 덩달아 결혼보다는 비혼을 택하는 풍조가 만연하게 되었다. 

◇ 출산과 양육의 책임은 부모가 직접 져야 

결국 출산과 양육의 책임을 부모에게서 사회로 떠넘기는 후과가 저출산으로 이어졌다.

저출산 현상이 구조화된 상황에서 ‘저출생’이란 용어는 부모의 책임마저 회피하고, 이제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에게 떠넘기려는 무책임한 용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부모에게 책임을 지우는 저출산이란 용어를 사용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여성계에게 여성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보다는 남성에게도 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국가에 요구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은 여성의 책임이 아니고 부모의 공동책임이기 때문이다.

(외부 칼럼은 동양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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