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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어린이대공원, 북극곰 ‘썰매’ 노환으로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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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어린이대공원, 북극곰 ‘썰매’ 노환으로 숨져
  • 오윤옥 기자
  • 승인 2012.07.04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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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동안 서울어린이대공원 바다동물관을 찾은 시민들에게 70년대 인기 코미디언 남철-남성남 콤비를 연상케하는 이른바 ‘왔다리 갔다리’ 춤과 다이내믹한 자맥질 등으로 즐거움을 선사해 온 북극곰(polar bear) ‘썰매’가 하늘나라로 떠났다.

서울시설공단은 지난 2일 오전 10시10분 서울어린이대공원 북극곰 수컷 ‘썰매’가 숨졌다고 4일 밝혔다.
 
서울시설공단 관계자에 따르면 숨진 ‘썰매’는 현재 건국대 수의과대학 병리학팀과 공동 부검 중인데 직접 사인은 심장근육출혈에 의한 심기능정지로 판단된다.

‘썰매’의 나이는 올해로 29세(1984년생)로 북극곰의 수명이 약 25세인 점을 감안하면 천수를 누렸다고 볼 수 있다.

‘썰매’는 지난 2001년 3월 마산돝섬유원지가 폐쇄되면서 아내 ‘얼음’(1995년생)과 함께 서울어린이대공원으로 온 이후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국내 동물원이 보유한 북극곰은 서울어린이대공원(♂1 ♀1) 에버랜드(♂1 ♀1) 대전동물원(♀1) 등 3곳의 5마리뿐이었다. 국제적 멸종위기동물로 각국이 국외반출을 엄격히 통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어린이대공원 사육사들은 지난 12년 동안 ‘썰매-얼음’ 부부의 2세 출산에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지구온난화로 야생 북극곰조차 자연번식이 어렵지만 ‘썰매-얼음’ 부부의 경우 마산 돝섬시절 한 차례 출산경험이 있어 철따라 특식을 제공하는 등 정성을 기울였다. 하지만 짝짓기 때마다 “혹시나” 했던 바람은 “역시나”로 끝났다.

2009년 5월, 현대식 바다동물관이 신축됐다. 자연환경에 가까운 최상 의 보금자리가 마련된 것을 계기로 ‘분위기’만 좋으면 늦둥이도 가능할 수 있다고 봤다. ‘썰매-얼음’ 부부의 평소 금슬로 볼 때 기적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올 봄엔 둘의 애정행각이 유달랐다. 사육사들 간엔 뒤늦게나마 좋은 소식이 있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했다. 하지만 ‘썰매’는 결국 2세를 남기지 못한 채 조용히 눈을 감았다.

서울어린이대공원은 앞으로 미망인 ‘얼음’이 외로움을 타지 않도록 특별관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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