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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의 회피는 옹졸한 잔꾀, 국가 체모 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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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의 회피는 옹졸한 잔꾀, 국가 체모 말 아니다”
  • 고희철
  • 승인 2011.12.2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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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통일운동 원로 박순경 박사
통일운동 원로 학자인 박순경 박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급서로 슬픔에 빠진 북의 동포들에게 “동포들의 슬픔을 함께한다”며 깊은 애도와 위로를 전했다.

이어 박순경 고문은 “정부와 정당, 통일·사회단체의 조의 표명과 조문으로 북 동포를 위로해야 한다”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이명박 정부가 대북정책을 전환해 이번 조문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박순경 고문은 정부가 20일 오후 조의 표명과 공식조문단 파견 대신 북의 동포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하며, 민간 조문을 일부 허용한 것을 두고 “옹졸하고 졸렬해 국가 체모가 말이 아니다”라며 거듭 정부의 과감한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박순경 고문은 현재 6.15남북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상임고문겸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학술본부 명예위원장을 맡고 있다.

다음은 20일 이뤄진 박순경 고문과의 전화인터뷰 내용이다. 박순경 고문은 ‘북’에 대해 민족 내적 표현인 ‘북’과 국제적 표기인 ‘조선인민공화국’을 의미에 맞게 골라 썼으나 편의상 ‘북’으로 통일했다.

▲ 박순경 박사     © 민중의소리
-북의 최고 지도자 김정일 국방위원장 서거를 슬퍼하는 동포들을 보며 남쪽 동포들은 그 심경을 다 이해하기는 힘들다.
=남북 간의 괴리가 그만큼 깊다는 것을 보여준다. 북 동포들에게 김정일 위원장의 서거는 굉장한 슬픔과 위기감으로 느껴질 것이다. 동포들은 지난 1994년 김일성 주석 서거에도 그랬다.
17일 김정일 위원장이 서거했는데 그 소식이 우리에게 19일 도착했다. 남북관계가 얼마나 얼어붙었느냐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슬픈 현실이다.
남쪽과 서방진영에서는 북의 정서, 슬픔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 이유를 일일이 말할 수는 없지만 무엇보다 김정일 위원장의 부재가 가져올 변화에 대한 ‘기대’를 지적할 수 있다. (북의 위기상황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면의 진수가 흡수통일이다. 남쪽은 남쪽대로 북을 흡수해서 통일하는 계기가 되지 않겠나 생각하고, 미국을 위시한 서방진영은 북을 개방시켜 체제변화를 가져오려는 기대를 한다.

-김정일 위원장 서거 직후부터 북의 ‘급변사태’와 관련한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한미일은 북에서 큰 변동이 일어나지 않을까, 북을 남한과 미국 일본 등이 원하는 대로 개방시키는 길로 유도할 수 있지 않을까 망상하고 있다.
북은 주체적인 자유가 있다. 북 자체의 체계를 발전시켜 나가면서, 개혁이 필요하면 개혁할 것이다. 이런 북의 주체성을 시인을 해야 한다. 이는 북 뿐만 아니라 자유주의 진영 국가 간에도 기본윤리다. 한미일과 서방진영이 압박에 의해서 북의 체제와 운명을 결정할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 죄악이다.
김 위원장 서거를 계기로 북의 인민 전체가 총단결해서 슬픔과 위기를 넘어서서 존속과 안전, 발전과 번영, 필요하면 개혁개방을 하는 방향으로 슬기롭게 나아가기를 희망한다.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흡수통일 운운하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북이 무너지면 남한이 북녘땅과 인민을 주관할 것이라는 생각은 헛된 꿈이다. 만약 이런 일이 벌어진다 해도 중국과 미국이 북을 주관하게 된다. 이런 점을 깨닫고 이명박 정부가 대북정책을 완전히 돌이켜야 한다. 북을 돕고 북의 안전을 지원해야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를 기대할 수 있다. 또 그렇게 해야 남이 북과 함께 통일의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다.
김일성-김정일 체제를 이어 김정은 체제가 앞으로 지탱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일이 합동으로 북을 흔들어서 파괴시키려 하지 말고 인정하고 지원해야 한다.

-정부나 정치권의 대응을 지난 1994년 이른바 ‘조문파동’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차분하게 잘 대응하고 있는 것 같다.
=김일성 주석 서거 당시의 김영삼 정부는 경직되고 환상에 빠져 있었다. 북에서 황장엽 데려오면서 곧 북이 붕괴된다고 생각했다. 시각이 좁고 통일의식이 없었다. 민주통일진영의 요구를 받아들여서 이인모 노인을 북에 송환했으나 영 모자란 정부였다.
당시 이부영 등이 조의라도 표하자고 약하게 나왔으나 이번에는 민주당과 진보당 등이 먼저 조의 표명했고, 박근혜도 강하게 부정하지는 못했다.

-김정일 위원장 서거와 관련해 정부의 조문 문제가 나오고 있다. 정부의 기본자세가 어떠해야 한다고 보나
=이명박 정부가 북과 죽도록 싸워서 얻은 게 무엇인가? 북이 노무현 대통령 서거 당시 조문단 보내 타협하려고 노력했으나 이명박 정부는 냉담했다. 그러지 말고 방향을 바꿔야 한다. 세계 경제가 파탄에 이르렀는데 남북 경협으로, 6.15공동선언과 10.4 선언 실현으로 민족경제 돌파구를 새롭게 뚫어나가야 한다.
조문 문제를 옹졸하게 대해서는 안 된다. 정부도 조문하고 국회와 정당, 통일·사회단체가 조문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6.15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제외시켜버리려고 그렇게 애를 썼지만 안 됐다. 두 선언을 되살려내고 북과 화해하고 지원하면 이후 계획은 다 열린다. 인프라를 지원하고, 철도 수리하면 남의 물자가 유럽까지 오가고, 북의 풍부한 자연자원이 개발돼 민족의 자산이 된다.

-결국 정부는 조의 표명과 조문단 파견 대신 동포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하며 민간 조문을 일부 허용했다.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너무 졸렬하고 옹졸하다. 정부가 잔꾀를 부려 국가의 체모가 말이 아니다. 중국과 일본도 김 위원장 서거에 애도를 표하지 않았나. 국가 수반의 서거에 애도를 표하는 것은 국제외교의 상례다.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조문방북 허용한 것은 좋다. 정부가 조문단 파견이 정 어렵다면 조의는 표해야 한다. 그리고 국회와 정당 대표들이 원한다면 가도록 해야 한다.
조문단이 상당한 지원을 갖고 북에 간다면 이명박 정부의 위상이 전혀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29일 장례가 끝나는대로 북에 대한 식량과 물자 지원을 대규모로 해야 한다. 민간의 대북지원도 정부가 적극 장려해야 한다. 북이 남과 미국을 비롯한 서방진영의 도움을 받으면 남북이 화해하고 북과 미국 등이 화해해 세계평화를 이루는데 도움이 된다.
이런 방향으로 이명박 정부가 진로를 바꾸어야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역사에서 규탄의 대상이 될 것이다. [민중의소리=고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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