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2012 겨울의 효(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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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2012 겨울의 효(孝)
  • 류지일 기자
  • 승인 2012.12.19 1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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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상촌우체국 김아영
▲ 영동상촌우체국 김아영
충북 영동군에서도 오지인 이곳 우편창구에서 일한지 어느덧 10개월이 지났다.
 
여기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고객의 모습은 도시에 있는 자식들을 위해 손수 농사지신 여러 농산물을 바리바리 무겁지도 않으신가 보따리에 들고 하루에 몇 대없는 버스를 타고 우체국에 오시는 할머니 할아버지 분들이다.

하지만 여기서 근무하면서 가장 훈훈하게 느꼈던 고객은 농산물이 아니라 30만원을 들고 오신 할아버지시다.

대리님이 자리를 비우신 날이라 긴장을 한 채 할아버지 고객님을 만났다.

“아들이 환갑이라 외국으로 놀러 간데 우리 막내아들 이거 여행가서 쓰라고 줄라고 ”할아버지 말씀을 듣고“계좌번호 적어 오셨어요?”라고 물었다.

할아버지는 “아들이 돈 보낸다고 하면 안 가르쳐 줘 집 주소밖에 몰라. ”라며 ‘아들아 항상 건강하고 즐거운 여행이 되길 바란다.’라고 문구와 함께 온라인 환을 접수했다.

나는 왜 훈훈하게 느껴졌을까?

1920년대 태어나신 분들의 주민번호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이곳에서 우리사회의 슬픈 자화상 한 점을 훔쳐 보았기 때문이다.

갑자기 우는 소리가 난다. 할머니께서 금융대리님께 하소연을 하고 계신다.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보니 자식들이 돈을 야금야금 빼 써서 잔고가 남지 않은 것이다.

다른 통장으로 바꾸시라는 권유에 ‘나쁜 놈’이라고 욕하시면서도 자식들이 필요한데 어떻게 그러냐며 돌아가신다.

적금통장, 보험통장을 꺼내신다. 흥분된 목소리로 “아들카드 빚이 어마어마해 다 깨야 해”라고 하신다.

고객분 나이를 보면 아들은 초등학생 정도 아들을 둔 가장일 것 같다.

캥거루족이란 신조어가 대학을 졸업한 후 취직을 하지 않거나 직업을 가져도 독립적으로 생활하지 않고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젊은 층, 나 그리고 내 주변 친구들을 일컫는 말로만 생각했다.

'노부모에 얹혀사는 30~40대 급증, 부모는 늙어가는 데 미래는 불투명'

이란 기사를 보면 이 캥거루족이란 말은 이제 2~30대에게 국한된 신조어는 아닌 듯싶다.

나 또한 대학 졸업 후 취직까지 3년을 부모님께 의지했고 직업을 가진 후에도 부모님과 같이 살며 나도 모르게 의지해왔다.

매일 도시락을 싸주시는 어머니께 생활비를 드리지도 못했다. 유치원 때나 스물여덜의 지금이나 나는 언제나 효도를 입으로만 했다.

“손만 안 벌리면 효도하는 거야 요즘은...”라고 하시던 아빠의 말씀이 떠오르는 건 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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