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9 17:49 (월)
헌재, ‘김영란법’ 합헌 결정…국회의원·시민단체 제외
상태바
헌재, ‘김영란법’ 합헌 결정…국회의원·시민단체 제외
  • 김영대
  • 승인 2016.07.29 12: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는 9월 28일부터 시행…한우·화훼농가·외식업계·유통업계 ‘비상’
헌법재판소

[서울=동양뉴스통신] 김영대 기자= 헌법재판소는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 사건에서 위헌요소로 지적된 부분에 대해 모두 합헌 결정함으로써 오는 9월 28일부터 원안 그대로 시행되게 됐다.

김영란법은 공직사회의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를 막기 위해 제정된 법이다.

공무원, 언론사 임·직원, 사립학교와 유치원의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장 및 이사는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 없이 본인이나 배우자가 100만 원을 넘는 금품 또는 향응을 받으면 형사처벌을 받게 되고, 관련자로부터 3만 원 이상의 식사 대접을 받으면 과태료를 내야 한다.

사교·의례적 목적이더라도 식사는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는 10만 원 넘게 제공하면 안된다. 또 같은 사람으로부터 매 회계연도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아도 처벌받는다.

이번 청구 사건의 쟁점은 크게 4가지였는데 사립학교 교원·언론인 등 민간인을 적용대상에 포함한 점, 배우자가 접대나 금품을 받으면 자진 신고하도록 의무를 부과한 점, 부정청탁’이나 ‘사회상규’라는 개념이 모호해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는 점, 법률 아닌 대통령령으로 경조사비·사례금 등의 상·하한선을 규정하도록 한 점 등이다.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은 민간인인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을 공직자와 같은 기준으로 적용대상으로 포함한다는 규정이었다.

헌법소원을 제기했던 한국기자협회와 대한변호사협회 등은 김영란법이 국가권력에 의해 남용되면 언론의 자유가 위축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헌재는 이 법이 시행된다고 해서 언론인이 취재원과 만나는 등 일상적 취재활동에 지장을 받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사립학교 교직원의 사학의 자유도 침해받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헌재는 “법 시행으로 일시적으로 언론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지만 이는 의식개혁이 뒤따라가지 못해 발생하는 과도기적 현상에 불과하다”며 “법 시행으로 언론과 사학의 자유가 제한된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김창종·조용호 재판관은 "진지한 논의 없이 여론에 떠밀려 졸속으로 입법된 것으로 보인다"며 "침해의 최소성 원칙 등을 위반한다"고 위헌 의견을 냈다.

또 배우자의 금품 수수 여부를 신고하도록 한 조항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지 여부에 대해서도 헌재는 이 조항 역시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봤다.

헌재는 “해당 조항은 배우자를 통해 부적절한 청탁을 시도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고지할 의무를 부과한 것뿐”이라며 “양심의 자유를 직접 제한한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 조항은 배우자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자의 위법사실을 알고도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처벌하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상 금지된 연좌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정미·김이수·김창종·안창호 재판관은 반대했다.

반대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공직자 등이 배우자 금품 수수 사실을 알면서 신고하지 않은 행위를 처벌할 필요가 있어도 그 책임이 공직자 등이 직접 금품등을 수수한 것과 동일하다고 보기어렵다"고 지적하고 "심지어 우리 형사법체계에서는 국가보안법 외에 불고지죄 처벌예가 없고, 국가보안법상 불고지죄도 본범을 처벌하고 있다"며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부정청탁’이나 ‘사회상규’라는 개념이 모호해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헌재는 배척했다.

'부정청탁' 등 정의규정의 모호성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부정청탁의 의미에 관해 많은 판례를 축적하고 있고,특히 김영란법 입법과정에서 14개 분야의 부정청탁 행위유형을 구체적으로 열거해 의미가 모호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사회상규라는 개념도 형법 20조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대법원이 그 의미에 관해 일관되게 판시해 오고 있는 점에 비춰보면 이 부분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반면, 김창종·조용호 재판관은 "심판대상 조항이 언론인이나 사립학교 관계자 직무의 성격상 공공성이 인정된다고 해서 공공영역과 민간영역의 본질적인 차이를 무시하고 동일한 잣대를적용해 청탁금지법 규제대상을 확대하는 입법목적은 그 자체로 정당성이 없다"며 반대했다.

법률 아닌 대통령령으로 경조사비·사례금 등의 상·하한선을 규정하도록 한 규정에 대해서도 합헌 결정됐다.

헌재는 "사립학교 관계자와 언론인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 원 또는 매 회계연도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수수한 경우에는 법상 직무 관련 여부나 명목에 관계없이 처벌하도록해 위임과 관련한 죄형법정주의 위배 문제가 없고, 법상 수수가 허용되는 외부강의 등 사례금이나 사교·의례 목적 경조사비·선물·음식물 등 가액은 일률적으로 법률로 규정하기 곤란하기때문에 사회통념을 반영하고 현실의 변화에 대응해 유연하게 규율할 수 있도록 행정입법에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논했다.

이에 반해 이정미·김이수·안창호 재판관은 경조사비 등의 상한선을 법률로 규정하기 어렵지 않다는 점에서, 김창종 재판관은 강의 사례금 상한액 범위가 어느 수준으로 대통령령에 규정될것인지를 도저히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각각 위헌으로 판단했다.

헌재는 식사비 3만원·선물 5만원·경조사비 10만원 등의 상한선을 법률에 정하지 않고 대통령령에 위임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울러 “사례금이나 사교·의례 목적의 경조사비를 일률적으로 법률에 규정하기 곤란한 측면이 있다”며 “사회통념을 반영하고 현실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탄력성이 있는 행정입법에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오는 9월 28일 원안대로 시행되게 될 이 법의 적용을 직접 받게 될 사람은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 124만명, 학교 교직원 60만명, 언론사 임직원 20만명 등 200여만명에 달하며, 배우자까지 포함하면 약 400만명이다.

또 금품과 향응 제공자도 처벌 대상이 됨에 따라 이들과 업무 연관성을 맺는 사람들 수까지 감안하면 이 법의 시행은 국민 생활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관행적으로 이뤄진 청탁과 접대 문화에도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2차, 3차로 이어지는 음주나 골프 등 접대, 해외여행 등에는 제동이 걸리게 됐으며, 한우, 굴비 등 고가의 명절 선물도 주고받을 수 없게 된다.

이로 인해 한우·화훼농가·외식업계 및 유통업계 등에서는 ‘비상’이 걸렸고, 뿐만 아니라 사회전체에 대한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김영란법은 앞으로 법제처 법률심사를 거쳐 최종 시행령을 확정한 뒤 직종별 매뉴얼 마련 등 후속 작업을 거쳐 시행된다.

한편, ‘김영란법’ 적용대상에 국회위원과 시민단체가 예외로 규정돼 논란이 되고 있다.

김영란법은 ‘선출직 공직자 정당 시민단체 등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거나 법령 기준의 제·개정, 폐지 또는 정책 사업 제도 및 그 운영 등의 개선에 관해 제안 건의하는 행위를 금지된 부정청탁 유형에서 예외로 둔다’고 했다.

이는 당초 원안에는 없었으나 정무위 심위과정에서 여야가 삽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에 대해 국회의원이 김영란법에 대비해 스스로를 구제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