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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칼럼] 농업명장 이대건 박사, 우리민족에 흐르고 있는 난초 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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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칼럼] 농업명장 이대건 박사, 우리민족에 흐르고 있는 난초 DNA
  • 윤진오
  • 승인 2020.08.10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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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건 농업명장
이대건 농업명장

[동양뉴스] 우리나라를 대변하는 이름 중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이라는 말이 있다. 동쪽에 있는 예의를 잘 지키는 나라라는 뜻이다. 중국인들이 우리나라의 특성을 파악해 한 말이라고 전해진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예의를 중요시 여긴다. 그 이면에는 유교문화가 자리하고 있다. 나라에는 충성하고 부모에게는 효도를 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유교를 숭상했던 선비들은 군자의 도를 지키기 위해 난초를 기르고 그 의미를 되새겼다.

조선시대에는 사군자의 하나인 난(蘭)이 선비문화 중심에 있었다. 선비정신은 인격적 완성을 위해 학문과 덕성을 기르고 대의와 의리를 위해 목숨까지도 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부끄러움 없고 깨끗한 삶을 살기 위해 힘쓰는 것이다. 난초가 가진 성질과 선비정신이 가진 의미가 흡사하다. 그래서인지 조선 후기에는 많은 선비들이 난초를 소재삼아 그림을 그렸다. 일명 묵란화이다. 추사 김정희, 선조, 이징, 조희용, 이하응, 민영익 등이 묵란을 그리며 선비정신을 가다듬었다.

조선시대뿐만 아니라 고려시대에도 난초는 선비들의 글감이고 시를 짓는 단골소재였다. 고려시대 이색은 이런 시를 남겼다.

“난을 내가 사랑하여 갑자기 두 눈이 밝아지네 엷고 푸른 잎은 흐트러져 있고 새로 피어나는 싹은 엷게 푸르구나 고요히 앉아 향기 오기를 기다리니 마음이 저절로 맑아지네”

근대의 가람 이병기 선생도 난에 대한 시를 남겼다.

“빼어난 가는 잎은 굳은 듯 보드랍고 자줏빛 굵은 대공 하얀 꽃 매달고 이슬은 구슬이 되어 마디마다 달렸네 본디 그 마음은 깨끗함을 즐겨하고 정(淨)한 모래 틈에 뿌리를 서려 두고 미진(微塵)도 가까이 않고 우로(雨露)받아 사네”

역시 선비정신을 이야기하고 있다.

선비정신은 우리 문화 곳곳에 담겨 이어져오고 있다.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많은 인물들이 난초를 가까이 하며 그 의미를 되새겼다. 영전하는 사람에게 난초를 선물하는 문화도 우리 민족의 유전자 속에 난초 DNA가 흐르고 있어서일 것이다. 영전뿐만 아니라 취임과 이사를 할 때도 난을 선물하지 않는가. 동양란을 주기도 하지만 본능적으로 난이 가진 매력을 알고 있어서일 것이다.

한때 모처에서 화훼류를 나누어주는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 여러 개의 부스가 있었는데 유독 내가 속한 부스만 길게 줄을 섰다. 4살짜리 꼬마부터 70대 노인까지 말이다. 어린아이에게 줄을 선 이유를 물었더니 “난초를 받아 가면 부모님이 아주 잘했다고 칭찬을 해줄 것 같아서요”라고 대답했다. 누가 가르친 것도 아닌데 아이가 이런 생각을 한 것은 유전자 속에 흐르는 난초DNA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대건 박사 농장의 한국춘란
이대건 박사 농장의 한국춘란

한 번은 한 아주머니께서 산에서 민춘란을 검은 봉지에 가득 채집해 농장에 들렀다. “왜 이토록 많은 난초를 채란해 오셨냐”고 물었다. 아주머니는 “난초가 아니면 몇 개만 캤을 텐데 난초여서 다 캤다”라고 했다. “난초가 그렇게 좋나요”라고 다시 물었다. 아주머니는 “난초는 일반 화초와는 달리 특별한 존재잖아요”라고 태연하게 답하셨다.

이 또한 난초를 다른 산야초와 달리 보는 DNA가 우리에게 흐르고 있어서일 것이다. 우리 민족은 희한하게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난초를 영초(靈草)로 여기는 것이 틀림없는 것 같다. 자신도 모르게 난초를 보면 가슴이 뛰는 것이다.

(외부 칼럼은 동양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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