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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군, 세계 문자 역사를 ‘한 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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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군, 세계 문자 역사를 ‘한 눈에’
  • 한미영
  • 승인 2020.11.1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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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전 문자의 바다 개최
문자의 바다 포스터(사진=완주군 제공)
문자의 바다 포스터(사진=완주군 제공)

[완주=동양뉴스] 한미영 기자 = 전북 완주책박물관에서 내년 5월 30일까지 세계 문자 역사를 주제로 한 기획 전시가 열린다.

이번에 개최되는 제26회 특별기획전 ‘문자의 바다-파피루스부터 타자기까지’ 전시의 테마는 ‘문자의 역사’로, 고대 레반트 쐐기문자를 비롯해 이집트의 파피루스, 인도네시아 바탁족의 골각문자, 아메리칸 인디언의 암각 그림문자와 세계 각국의 필사본과 타자기 등 총 186종 2775점이 전시된다.

이번에 전시될 유물들은 모두 고서점 ‘호산방’의 소장품들로 눈여겨 볼 만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척사윤음

조선의 제24대 왕 헌종이 천주교의 폐해를 막기 위해 백성들에게 내린 교서인 ‘척사윤음’은 백성에게 내린 윤음으로 안팎의 여러 백성들에게 천주교를 물리칠 것을 훈유하는 내용으로 모두 네 번에 걸쳐 반포됐다.

이번 전시에는 1839년 윤음 2종과 1881년에 반포한 마지막 윤음이 전시된다. 1839년 윤음은 한글 임진자본으로 형조판서를 지낸 김수근(1798~1854)에게 대사성 때 내린 내사본이다. 또 한 종류는 1839년 윤음을 그 이듬해인 1840년에 전주 완영(전라도 감영)에서 목판본으로 복각해 간행한 책이다.

1881년 윤음은 마지막 간행된 윤음으로 당시 천주교와 서양세력을 배척하는 전국 유생들의 격렬한 상소 때문에 윤음이 내려졌다. 한문으로 된 원문 3장이 있고 이어 한글 4장도 수록돼 있다. 이 윤음은 19세기 후반 국어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으면서도 전통적인 윤음의 어투나 형식을 따라 상당히 보수적인 모습도 지닌다.

◇1863년 만들어진 태국 경전

1863년에 만들어진 태국 경전 필사본도 전시된다. 이 경전은 초대형 절첩본으로 앞뒷면 각각 본문 98면씩 모두 198면으로 구성돼 있다. 앞면에 양면으로 연결된 채색 그림 5장과 뒷면에 양면으로 연결된 채색 그림 3장이 있다. 접었을 때의 크기는 폭 69㎝, 길이 14.2㎝, 펼친 길이는 7m다. 종이는 조선시대 고급 다듬이 장지를 겹쳐놓은 듯 두꺼운 질감을 띤다. 앞 뒤 표지와 책 양옆, 앞 뒤 측면에 모두 옷칠을 했는데, 표지의 상태도 비교적 좋다.

글씨는 시종일관 오와 열을 맞춰 단아하게 썼으며 문자 해독과는 관계없이 그 자체로 매우 아름다운 조형미를 보여준다.

◇1600년대 만들어진 바탁족 골각문자

바탁족은 주로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북부 토바호 주변에 살며 바탁 문자로 된 바탁어를 사용하는 오스트로네시아인. 말과 물소를 기르며 생활하는 부족이다. 바탁족의 고대 문자와 기호, 뱀 그림 등이 물소 뼈에 새겨진 작품도 이번 기획전에 전시된다.

특히 이 작품은 물소 뼈에 그려진 뱀 그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맹독의 데이나키스트로돈이 그려져 있는데, 동남아시아와 남중국 그리고 대만에 걸쳐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뱀이다. 남부 대만의 고산에 거주하는 루카이족과 파이완족들은 이 뱀이 자신들의 조상신이라고 여기는데 중국에선 물리면 백보를 걷기 전에 사망한다는 뜻의 ‘백보사’라는 이름도 있다. 이 유물로 바탁족의 무당은 길흉화복을 점치고 사냥과 농사일을 관장했을 것으로 보인다.

◇고대 이집트 콥트어 파피루스 롤

고대 이집트 콥트어로 쓰인 파피루스 조각과 롤도 전시된다. 콥트어는 고대 이집트어의 계통을 따른 언어로 초기 그리스도교 관계 문헌이나 상형문자로 쓰인 고대 이집트어를 해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유물은 3세기 경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두루마리 크기의 롤 모양으로 둥글게 말려져 밀착돼 있는 유물과 롤 형태의 유물이 해체된 조각이 각각 전시되며, 해체된 조각의 전체 크기는 대략 A4용지 한두 장 정도에 놓일 크기다.

◇16세기 이전 아메리칸 인디언 스톤

인디언이 버팔로를 사냥하는 모습을 암석에 그림문자로 표현한 아메리칸 인디언의 사냥 주술석도 전시에 나온다.

이 유물은 어른 주먹만한 크기의 검정색 돌이다. 여기에 세밀한 음각으로 버팔로 떼 예닐곱 마리를 활을 쏘며 쫓는 인디언 전사 십여명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좁은 공간, 그것도 울퉁불퉁한 원형의 돌 표면에 이러한 장면을 묘사한 것이 경이로울 정도다. 인디언 부족사회에선 버팔로 사냥을 나갈 때 반드시 부족장이 의식을 주관하는데 본 유물은 이 때 사용한 신령스러운 무구(巫具)로 추정된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설형문자 대형점토판

메소포타미아는 서남아시아의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사이에 있는 지역으로 현재 이라크 지역과 시리아 동북부, 이란 서남부를 포함하는 고대 문명 발상지 중 한 곳이다.

설형문자 체계는 약 3000년 동안 지속됐는데, 이 유물은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출토된 것으로 이 시기쯤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왕에게 신하가 공물을 바치는 듯한 모습을 양각으로 표현하면서 중앙에 설형문자를 기록해놓았다. 사방 23㎝ 크기의 대형 점토판으로 벽면 장식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은혼 기념 기록물

미국인 Herman Bamberger와 Marie B. Wilke 부부의 결혼 25주년 기념 기록물도 나온다. 이들은 1877년 7월 3일 결혼해 1902년 은혼을 맞았다. 이 기록물은 이를 기념해 제작한 것으로 원래 8장의 낱장 판지가 첩으로 제작돼 있었던 것을 해체했다. 여기에는 대니얼 맥머레이의 축하 메시지 등이 전통적인 영문 서체로 화려하고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다.

◇로얄 11 러시아어 타자기

1915년 미국 로얄 타자기 회사에서 제작한 ‘ROYAL 11’ 모델의 러시아어 타자기도 전시된다. 이 타자기는 매우 희귀한 더블 윈도우 디자인으로 타자기 측면에 독창적이고 멋진 글래스 키가 있다. 철판 표면의 검정색 코팅 광택이 지금도 매우 고급스러우며 외관상으로 중후하고 우아한 인상을 준다. 같은 크기의 다른 타자기에 비해 매우 견고하다.

박대헌 완주책박물관장은 “지구상에서 수많은 문자가 생겨나고 소멸되면서 현재는 100여 종류의 문자가 쓰이고 있는데, 이번 전시는 세계문자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새로운 견문과 인식을 더해줄 것”이라며 “설과 추석 당일 제외한 연중무휴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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