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2 15:42 (일)
국정원, 민주노동당 향한 ‘여론몰이’ 즐기나
상태바
국정원, 민주노동당 향한 ‘여론몰이’ 즐기나
  • 고희철
  • 승인 2011.08.04 13: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일진회' 사건 국정원 강압수사     ©민중의소리

 
국정원이 지하당이라는 일진회(왕재산) 사건을 수사하면서 언론에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민족21’과의 연관성을 흘려 여론 몰이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일 국정원은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 “국가정보원은 북한 연계 지하당 사건 수사와 관련, 명백한 인적·물적 증거를 토대로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일부 정당에서 주장하는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국정원은 “이번 사건은 특정 정치세력과는 무관한 전형적인 지하당 간첩사건으로 각종 증거를 바탕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적법절차에 따른 수사에 대해 특정 정치권과 단체가 사실과 다른 주장을 제기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국정원의 이런 주장은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민족21’ 등이 국정원의 수사에 대해 일제히 비판하고 나선 것에 대한 직접적 반박이다.

 

그러나 일부 보수언론이 ‘공안기관’을 인용해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민족21’이 일진회(왕재산)와 연관성이 있는 것처럼 보도하는 것을 국정원이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5명의 구속자 중 서울책으로 지목된 이모씨는 민주당 임채정 전 국회의장의 정무비서관과 중앙당 대외협력부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민주당 소속의 인천 구청장 A씨도 참고인 조사 대상에 올라있다.

 

그러나 언론보도는 구속자가 속한 민주당보다 민주노동당으로 집중되고 있고, 국정원도 민주당 관계자에 대한 추가 수사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는 이 사건을 처음 대대적으로 보도한 지난 30일 ‘민노당 또 간첩단 연루… 발표도 안했는데 펄쩍’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민주노동당이 2006년 일심회 사건 등에 이어 또 다시 ‘일진회’ 사건으로 당원 10여명이 참고인 출석 요구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민주당과 관련해서는 별도의 기사를 내지 않아 대조를 이뤘다.

 

민주노총 역시 언론의 마녀사냥에 희생당하고 있다. 문화일보는 2일 석간에서 “이른바 ‘왕재산 사건’을 수사 중인 공안당국이 민주노총 조합원 40여명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며 “공안당국에 소환 요청을 받은 민주노총 조합원은 인천지부 소속 27명, 서울지부 간부 13명 등이며, 현재까지 35명이 피의자 신분의 소환장을 수령했다”고 자세하게 보도했다.

 

그러나 이는 곧 오보로 드러났다. 사건의 전체 수사 대상자가 40여명으로 이 중에는 피의자와 참고인이 섞여 있으며 민주노총 소속은 그 중 10여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 기사의 출처가 어디인가 하는 점이다. 언론가에서는 대부분 국정원을 의심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관련성을 최소화하려는 입장이어서 사실보다 확대해 언론에 흘렸을 가능성이 희박하다. 검찰 역시 직접 사건을 조사하지 않고 있어 언론의 관심에서 비켜나 있다. 통상적으로 공안사건의 경우 수사 과정에서는 국정원이 취재 대상이고 검찰은 기소 이후 국정원에서 사건을 이첩받은 뒤에야 언론 취재 대상이 된다.

 

이 때문에 국정원 일부에서 실적을 과대포장하며 민주노총과의 관련성을 부풀리다 ‘오보’를 제공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국정원, ‘민족21’ 관계자 구속영장 청구도 못해...언론은 ‘범죄’ 기정사실화

 

‘민족21’ 역시 국정원의 ‘언론 플레이’에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국정원은 안영민 주간에 대해 네 차례 소환조사를 하고 자택은 물론 부친의 자택까지 압수수색을 했으나 구속영장조차 청구하지 못하고 있다. 정용일 편집국장에 대해서도 ‘민족21’ 편집국에 공권력을 투입하는 ‘무리수’를 두면서 취재 원본까지 압수했으나 별다른 혐의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언론에서는 ‘공안기관 관계자’를 인용해 ‘민족21’ 안영민 주간과 부친인 안재구 전 교수, 정용일 편집국장 등이 북 정찰총국에 포섭된 것으로 단정짓고 있다. 이런 구체적이고 단정적인 기사를 쓰려면 수사 관계자의 사실 확인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 언론계는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국정원과 검찰은 언론에 대규모 조직사건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으나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온 후 한 달이 다 되도록 구속자 5명 외에 다른 이들의 혐의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제시하는 증거 역시 총책으로 지목된 김모씨의 컴퓨터 파일이라고 주장한 것 외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이 파일에 이름이 거론됐다며 참고인 조사를 마구잡이로 확대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이런 국정원의 일거수일투족을 그대로 옮겨 적을 뿐만 아니라 증거도 부실하고 뚜렷하지도 않은 혐의를 범죄 사실로 단정짓고 있다.

 

사건 당사자와 가족들은 국정원과 언론이 음지에서 사건을 부풀리고 이를 받아쓰는 구시대적 관행을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정창현 ‘민족21’ 대표는 “이미 ‘똥칠’ 다 된 마당에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총력을 다 기울일 것”이라며 “국정원은 ‘민족21’ 관계자의 영장조차 신청하지 못하고 있는데 일부 언론은 기정사실로 보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정원이 ‘민족21’을 일진회(왕재산)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정짓는다면 대다수 언론은 이전의 ‘민족21’ 관련 보도에 대해 정정과 해명 등의 조처를 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중의소리=고희철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