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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왜 가족이 힘들까?-결혼 앞두고 엄마와의 분리가 두려운 30대 예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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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왜 가족이 힘들까?-결혼 앞두고 엄마와의 분리가 두려운 30대 예비 신부
  • 김원식
  • 승인 2023.08.23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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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상 박사&송유미 교수의 '우리 家 행복한 家'
송유미 대구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 (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 소장)​

[동양뉴스] 최근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 대상으로 ‘부모 교육’을 실시했다.

교육의 핵심은 원가족과의 분리-개별화가 되어야만 행복한 부부와 충분히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통찰하게 해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원가족 즉, 부모와의 관계에서 형성된 자기의 내면 이미지가 부모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타인들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투사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다양한 측정 도구를 통해 객관적으로 통찰하도록 했다.

30대 중반의 여성 A씨가 들려준 고민이다.

“곧 결혼해야 할 텐데 엄마랑 떨어져 따로 살 수 있을까 고민이 돼요. 혼자서 살림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되기도 하고, 또 제가 없으면 엄마는 얼마나 쓸쓸해하실까 걱정이 돼요.” 

◇ 엄마, 언니와 함께 살아온 예비 신부

그에겐 3살 많은 언니가 있다.

학창 시절에는 공부도 잘했고 외국에 어학연수까지 다녀와 부모님의 기대도 컸다.

그런데 현재는 직장도 없고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집에만 있다.

아버지도 오래전부터 다른 지방에서 근무하고 있어 실제 가족 형태는 엄마와 언니 그리고 A씨, 셋이다.

막상 결혼한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많았다. 특히 엄마에 대한 걱정이 컸다.  

A씨 경우는 결혼 시점에 분리-개별화에 어려움을 보여준 사례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절대적으로 의존해야 생존이 가능하고, 대상이 필요한 나약한 존재이다.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신생아 때는 한시도 빠짐없이 돌봐준다.

엄마의 돌봄은 성격 형성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고 여러 이론에서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신생아는 초기에는 자신을 돌봐주는 엄마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다.

엄마의 자궁에서 세상으로 나와 숨 쉬고 배고픔을 해소하는 자기 자신의 존재감에만 일차적으로 몰입하게 된다.

이 시기를 대상관계이론가 M. 말러는 ‘정상자폐기’라고 하였다. 

이후 아기는 배가 고파서 울면 먹을 것이 입으로 들어오고, 엉덩이가 찝찝해서 울면 금방 뽀송뽀송해지는 경험을 한다.

이 모든 경험은 엄마의 돌봄에 의해 경험되어지는 것이지만 아직까지 나 아닌 누군가 즉, 엄마가 그렇게 해주는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다.

아기와 엄마는 분리되지 않은 채 서로 엉겨 있음을 경험하는 상태이다.

아기와 엄마의 공생 경험이다.

이런 경험은 융합이라고도 불리는데 프로이트는 ‘대양감(ocenic feeling)’이라고 했다.

이때 아기는 엄마랑 밀착되어 융합의 따뜻함을 경험하고, 심지어 무아지경에 빠지기도 한다.

그래서 이 시기를 ‘공생기’라고 한다.

◇ 제1의 분리-개별화 실패 이후 어려워

그러다가 점차 먹을 것을 주고 기저귀를 갈아주는 나 아닌 다른 누군가가 있음을 알게 되고, 그 누군가가 자기 마음대로 할 수만은 없는 타자(他者)임을 깨닫고는 실망하고 분노하는 때가 온다.

엄마는 나와 별개의 인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인 뒤, 대신 엄마에 대한 영원한 이미지를 마음 속 깊이 간직하게 된다.

마음속의 엄마는 자신이 필요로 할 때 언제든지 그 자리에 있고, 달려와 줄 것이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이것을 ‘대상항상성(Object consistency)’라고 한다.

대상항상성까지 이르는 이 시기는 ‘분리-개별화기’라고 하는데, 제1의 분리-개별화기는 만 36개월 전후까지 이루어진다.

이와 유사한 사건이 청소년기에도 일어나며 이 시기를 제2의 분리-개별화기라고 한다.

성인 초기에도 일어나게 된다.

어른이 되어 부모에게서 독립하는 시기가 바로 그 때인 것이다.

제1의 분리-개별화기는 단지 마음속으로만 엄마와의 분리가 이루어진 것이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 맞게 되는 분리-개별화기는 실제로 몸까지 물리적으로 분리가 되어 실제적인 독립을 완성하게 된다.

성인으로서의 정체감을 공고히 하고, 부모에게서 독립해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A씨와 같이 첫 번째 분리-개별화에 실패한 사람들은 이후 청소년기, 성인기의 분리-개별화에도 어려워하거나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부모와 떨어지는 것, 특히 엄마와 분리된다는 것에 두려움이 크다.

A씨는 성인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언니, 집에 자주 들르지 않고 있는 아버지 때문이라고 하지만, 자신의 분리-개별화의 두려움을 언니, 아버지에게 투사하는 것이다.

엄마가 노심초사해서 A씨를 곁에서 떼어놓지 않으려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들 모두는 진정한 심리적 자아를 찾지 못하고 자율성이 없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부모에게 분리되지 못하고 심지어 의존하는 유형에 대해 ‘캥거루족’ 은 M. 말러의 표현대로라면 공생기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 원인을 진단하고 관계를 재정립해야

A씨의 경우는 엄마를 포함한 가족과의 관계를 단절하기보다 자신의 분리-개별화가 어려운 이유와 근원 등을 관련지여 통찰하고,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어른다운 형태로 개선시켜나가는 것이 좋다.

지금까지 엄마의 집에 살면서 취해왔던 엄마와의 관계와 딸로서의 역할 가운데 버릴 것은 버리고 유지할 것은 유지하면서, 그 자리를 새로운 관계 즉, 남편과의 관계, 시댁 사람들과의 관계들로 채워야 한다.

함께 살던 부모는 이제 내 마음속에 존재하는 든든한 후원자의 역할만 해주면 되는 것이다.

(외부 칼럼은 동양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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