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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품격(品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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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품격(品格)
  • 서다민
  • 승인 2023.11.27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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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범 교수의 세상을 보는 눈
강경범 교수.
강경범 교수.

[동양뉴스] 조만간 동장군(冬將軍)이 기승을 부리려나 제법 날씨가 매섭다. 현대 문명의 발전으로 생활 수준은 날로 향상되었으나 기온이 떨어질수록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어려운 이웃들의 처지에 마음이 간다. 그저 부끄러운 손을 내밀며 생각만이 앞설 뿐이다. 소욕다시(小慾多施)라는 말처럼 비록 늦은 감은 있지만 마음의 욕심을 버리고 베풀기에 좀 더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우리는 예로부터 타인에게 자기 스스로 소인(小人), 졸자(拙者)라 낮추어 부르는 겸허(謙虛) 함이 있다. 혹여 스스로를 높여 부르면 오만하다 하여 인품이 내려간다. 이처럼 낮추어 부르는 것이 올라가는 역 논리(逆論理)가 존재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 또한 밝은 것 같지만 내심 시기하고, 헐뜯고, 모함하고, 사기 치고, 온갖 부정 부패에 도둑질 등이 판을 치는 칠흑 같은 세상의 한 단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인간의 마음이 겉과 속이 다른 이유이다. 겉은 깨끗한 척하면서도 온갖 간사함과 악(邪惡)으로 가득 찬 성경 속 바리새파 사람들 같이 잔과 접시의 겉만 깨끗이 닦아 놓는다고 모든 것이 다 깨끗해 질수만은 없기 때문이 아닐까.

공자가어(孔子家語)에 살펴보면 사람의 품격을 소인(小人), 용인(傭人), 사인(士人), 군자(君子), 현인(賢人), 성인(聖人)으로 나누어 어떻게 구별하는지 나와 있다. 소인은 엿을 주면 그 엿으로 뇌물을 써 재물을 얻는다 하였다. 이는 오직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며 못된 짓을 서슴없이 하는 부류라 한다. 용인은 그 엿을 먹어보고 맛(대세)에 따라 움직이는 평범한 자를 말한다. 사인은 노부모에게 엿을 바치듯이 마음과 뜻이 지향하는 대로 움직이는 선비를 말한다. 군자는 엿을 가난한 자에게 주듯 사인의 뜻과 함께 남을 배려하고 사후를 바라보며 오늘을 행동한다 하였다. 하지만 현인은 먹지도 주지도 않는다 하였으니 이는 단것만 알고 쓴 것을 모르면 사람이 게을러지고 악(惡) 해진다는 이유다. 끝으로 최고의 인격자인 성인은 그 뜻이 하늘과 닿아 세상을 비추는 자라 하였다. 인간의 삶은 그저 평범하기 그지없지만 과연 고통, 환난, 좌절, 실패, 분노, 노여움, 불만 속에 살아갈 때 과연 우리 스스로 어떤 품격의 위치에 머물 것인가.

시간의 흐름 속에 이른 감이 있지만 잠시 저물어가는 한 해를 돌이키며 우리의 의식구조 속에 은혜(恩惠)를 받은 자 잊지 않고 진심으로 보답하는 아름다운 희생적 사상에 대하여 품격 있는 생각을 해보자. 우리는 예로부터 정(情)과 한(恨)을 함께하는 사회 속에 베푸는 자와 받는 자 사이에 끈끈한 정리를 이어주는 보은의 정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다시 말해 베푼 자는 보답을 요구하지 않으며 받은 자는 감사한 마음을 평생토록 잊지 않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하는 동양(東洋) 적 사상에 기초한 것이다. 하지만 보은(報恩)이 강조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천륜(天倫)의 정리를 계속하고 싶은 부모의 자녀에 대한 조건 없는 희생이 그 시작점이 아닐까.

우리에게는 끈끈한 정(情)을 이어주는 관습(慣習)이 있기에 연말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가족관계의 복잡함. 정신적 갈등과 이해관계 속에 나름 마음의 여유를 갖고 평온을 추구하려 하지만 때론 몸을 혹사시키며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마음의 상처가 깊어지면 쉽게 치료가 되지 않는 게 미약한 인간의 존재가치 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들은 다 지나가고 만다. 기실 아무리 괴롭고 어려웠던 일도 십 년의 세월 속에 돌이켜 보면 얼마나 어리석게 느껴지는지 모를 것이다. 구순(九旬)을 앞둔 노부(老父)를 생각하며 이제 대가(代價)를 바라는 거래(去來) 관계에서 아름다운 정리를 하기 위한 초석(礎石)을 다지어 나갔으면 한다.

(외부 칼럼은 동양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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