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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왜 가족이 힘들까?-불안을 투사하는 엄마와 공부를 못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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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왜 가족이 힘들까?-불안을 투사하는 엄마와 공부를 못하는 아이
  • 김원식
  • 승인 2024.01.26 1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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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상 박사&송유미 교수의 '우리 家 행복한 家'
송유미 대구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 (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 소장)​
송유미 대구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 (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 소장)​

[동양뉴스] 밤늦도록 공부하고 있고, 평소보다 학습량을 늘렸는데도 성적이 오르질 않아 한숨만 쉬고 있는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과 그 엄마를 만났다.

엄마에 따르면, 중학교 들어가기 전까진 부모가 돌아가면서 공부를 가르쳤고 아이는 곧잘 했다고 한다.

중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는 부모가 가르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버거웠고, 이제는 알아서 해야 하지 않나 싶어서 스스로 학습하도록 두었다고 했다.

그런데 밤늦게까지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것 같은데 성적은 점점 더 내려가는 것에 이해하기가 어렵고, 부모가 어떻게 해 줘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했다.

지금까지 부모가 쏟았던 관심과 노력이 아깝기만 하고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그냥 내버려 두는 게 나을 뻔했다고 했다.

부모로서 걱정되기도 하고, 아이에게 들였던 공을 생각하니 화도 나고 짜증도 난다고 했다.

◇ 밤늦도록 공부하지만 성적이 내려가는 딸

필자는 아이에게, 엄마에게 주로 들어왔던 소리를 말해달라고 했다.

아이는 엄마의 얼굴을 한번, 필자의 얼굴을 한번 쳐다보더니 기어가는 소리로 “이래 가지고 뭐가 되겠니? 계속 이런 식으로 할 거면 공부고 뭐고 다 때려치워라.

나도 더 이상 너 땜에 고생 안 하고 잠이나 편히 자야겠다”고 했다며 얼굴을 가슴팍에 묻었다.

아이의 얼굴, 목, 어깨 등을 바라보자니 기가 꺾일 대로 꺾인 듯 했고, 이런 부모에게서 아이를 속히 꺼내주고 싶다는 마음이 솟아났다.

다시 아이에게 물었다. 엄마에게 평소 어떤 말을 하고 싶었냐고.

아이의 눈가가 가느다랗게 흔들렸다. 엄마의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

엄마는 괜찮으니 하고 싶었던 말을 해 보라고 했다.

엄마 말이 끝나자마자 “나라고 공부 못하고 싶은 줄 알아? 나도 잘하고 싶다고. 맨날 잔소리 지긋지긋해 죽겠어. 내가 알아서 하게끔 놔두면 안 돼?”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무섭게 돌변했다.

엄마는 많이 당황해하는 것 같았다.

아이의 솔직한 말을 듣고 싶었다가 막상 듣고 나니 많이 불편해 보였다.

아이에게 처음으로 들어본 소리였고, 아이에게 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엄마는 “선생님, 저 너무 억울해요. 내 자식이 아닌 것 같아요”고 말했다.

엄마와 아이는 이젠 서로에 대해 억울해하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억울함이란 아무 잘못 없이 분하고 답답할 때 갖게 되는 감정이다. 누가 더 억울할까? 

아이는 처음부터 부모에게 공부를 배울 생각이 없었다.

부모가 판단하고 결정한 것이다. 아이의 결정권은 묵살된 것이다.

부모가 판단하고 결정한 것에 뜻대로 되지 않은 답답한 자신들의 감정을 아이 때문이라고 투사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억울한 쪽은 아이다.

◇ 불안과 조바심이 많은 엄마가 딸에게 투사

이런 관계 속에서 아이가 공부를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절대 공부를 잘할 수 없다. 아이는 자신의 억울함 해소에 에너지를 써야 하기 때문에 공부를 위한 에너지를 쓸 수가 없다.

계속 이 상태로 가다가는 쓰고 싶은 에너지가 고갈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방법이 없다.

엄마는 원초적으로 불안과 조바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 불안과 조바심을 투사할 대상이 필요했다.

가장 불안하고 조바심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아이의 공부였기 때문에 말은 아이가 공부를 더 잘 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가르쳤다고 하지만, 결국 자신의 내면의 불안과 조바심을 제거하기 위한 투사의 대상이 필요했던 것이다.

물론 무의식적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과정까지 긴 시간 동안 아이의 마음에 수북하게 쌓였을 엄마의 불안과 조바심을 생각하니, 아이가 참으로 애처로웠고 가슴이 아팠다.

더 가슴이 아픈 것은 아이의 마음 속에 쌓인 엄마의 불안과 조바심이 곧 아이의 불안과 조바심으로 되어버렸고, 이 아이 역시 엄마처럼 누군가에게 엄마가 내면화시킨 불안과 조바심을 투사할 것이라는 점이다.

반복되는 패턴이다. 이것이 정서의 대물림이다.

◇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엄마 감정부터 개선해야

엄마가 가지는 아이에 대한 태도는 이런 결과를 초래한다.

엄마는 아이가 공부 잘하는 아이로 성장하는 소망을 이루고 싶다면, 아이에게 투사하고 있는 엄마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면서 그 감정부터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왜 내가 아이에 대해 불안하지? 이 불안은 어디에서부터 왔지?”부터 스스로에게 물어봐야한다.

결코 아이의 공부 때문에 엄마 자신이 불안하고 조바심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는 상관없이 이미 자신의 양육자나 중요한 사람으로부터 내면화된 자신의 불안감과 조바심 때문에 생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것이 엄마와 아이의 관계 개선에 첫 단추다.

(외부 칼럼은 동양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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