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9 17:31 (목)
'남산 회현자락' 20세기 격동의 역사 공개
상태바
'남산 회현자락' 20세기 격동의 역사 공개
  • 오윤옥
  • 승인 2014.08.13 13: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양뉴스통신]오윤옥 기자= 100여 년 전 일제가 식민통치수단으로 조선신궁을 건립하면서 훼손된 남산 회현자락 한양도성. 이후 이승만 대통령 동상 건립, 남산 식물원 조성 등 20세기 격동의 시간을 지나온 이 지역의 역사적 층위와 흔적이 서울시 발굴조사로 그 모습을 나타냈다.  

핵심적으로 189.3m의 한양도성이 발굴됐다. 시 발굴조사 이래 최대 규모로서 태조, 세종, 숙종의 시대별 축성양식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별도로, 지금까지 사진과 문헌으로만 남아 있던 '조선신궁' 건물 중 '배전'의 터가 발견돼 당시 입지나 규모 등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이승만 대통령 동상이 있었던 곳에선 콘크리트 기초가 확인돼 당시의 위치와 규모를 가늠할 수 있었다.

서울시와 서울역사박물관은 지난해 6월부터 남산 회현자락 중앙광장(남산 분수대) 일대에 대해 실시한 '남산 회현자락 3단계 정비사업'과 관련한 발굴조사를 완료하고, 그 현장을 13일 공개했다.

남산 회현자락은 침략으로 인류문화유산을 훼손한 대표적 사례지로서, 한양도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준비 중인 서울시로는 한양도성의 완전성과 진정성 입증에 유리한 증거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단계 사업에서 서울시가 발굴조사를 시행한 구간은 남산 회현자락 중앙광장 일대 총 448m로써, 이 중 189.3m의 한양도성 유구를 대규모로 발굴했다. 나머지 부분은 멸실된 것으로 추정된다.

2013년엔 분수광장, 식물원 일대의 평지구간에서 94.1m를, 올해엔 분수대 상ㆍ하부, 임야, 주차장 일대의 탐방로구간에서 95.2m 유구를 각각 확인했다.

성곽은 분수대 부근의 평지에서는 지표면에서 2~3m, 탐방로 구간에서는 1~2m의 아래에서 확인됐고, 남아 있는 성벽은 1~7단까지 다양하며 상태는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특히 지난 5일 개최된 자문회의 결과, 이번에 발굴된 구간에선 태조-세종-숙종으로 이어지며 축조 및 보수된 성곽의 흔적을 통해 다양한 시대별 축성 양식을 확인할 수 있는 의미있는 유적으로 평가받은 바 있다.

예컨대 세종연간에 고쳐 쌓은 성벽 50여m와 숙종연간 이후 다시 쌓은 10.6m를 포함해 총 95.2m의 한양도성 성곽을 확인했다.

또한 지금까지 보고된 바 없는 각자성석 1점도 새롭게 확인했다. 글자를 판독한 결과 "柰字六百尺"으로, 이를 통해 남산 회현자락 중앙광장 구간은 한양도성 전체 97구간 중 60번째 '柰' 字 구간임을 알 수 있게 됐다.
 
일제가 식민통치수단으로 건립한 조선신궁의 여러 건물 중 가장 큰 규모의 건물인 '배전'의 터는 한양도성 바로 옆에서 발굴됐다. 건물의 콘크리트 기초와 기둥자리가 발견됐다.

한양도성 유구가 배전 기초에서 지하 2~3m 깊이에 3~4단 규모만 남아 있는 것으로 볼 때, 조선신궁 부지 조성 시 성곽을 파괴하고 평탄화하면서 신궁을 건축한 것이 한양도성이 훼철된 1차적인 원인으로 추정된다.

남산 회현자락 한양도성의 보존·정비 사업은 이번에 완료된 발굴조사에 이어 학술회의, 전문가 자문을 거쳐 2014년에 설계하고, 2015년 공사 착수해 2016년 완료할 예정이다.

특히 서울시는 성곽만 발굴, 복원하기 보다는 적층되어 있는 역사를 발굴해 시민, 관광객 누구나 볼 수 있도록 보존·정비 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

이와 관련 '남산 회현자락 정비사업(3단계) 자문위원회'를 구성, 수시로 자문을 받고 있으며, 회현자락 역사탐구를 위해 '남산 회현자락 한양도성의 유산가치'라는 주제의 학술회의도 오는 9월12일 서울시청 3층 대회의실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오해영 푸른도시국장은 "이번 발굴조사를 통해 오백년 한양도성과 근·현대 역사를 실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었다고 자평한다"며 "앞으로 발굴된 결과물을 잘 조합하고 보존·정비해 역사도시 서울에 걸 맞는 공간으로 조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