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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후 남북관계, MB정부 행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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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후 남북관계, MB정부 행보는?
  • 조태근
  • 승인 2011.12.2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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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강경책 어려워… 북미관계 진전 쫓아갈 듯"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남북관계는 일단 단기적으로 큰 변화가 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 초기 '비핵개방3천', '그랜드바겐'이 이미 오래 전에 물건너 간 상황에서 지난해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5.24조치' 국면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지난 9월 취임한 뒤 이른바 '대북 유연화 조치'를 내걸었지만 뚜렷한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향후 남북관계 전망에 대해 "남한에서는 지켜볼 수밖에 없다.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남한이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 연구위원은 "국익과 민족의 이익을 생각한다면 조의.조문을 표할 수도 있겠지만 이 정부가 그럴 리는 없을 것"이라며 "지켜보는 수준으로 시간이 흐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가 적극적인 대화국면으로 나설 가능성에 대해 백 연구위원은 "전향적인 정책을 쓰게 되면 보수층에서 욕을 얻어 먹을 것"이라며 "청와대와 정부 내 일부 강경파들은 '김정일이 죽었으니 북한이 붕괴되는 게 아니냐'는 생각도 할 텐데, 정권 말기에 남한이 강력한 대결적인 조치를 취할 상황은 아닐 것"이라고 봤다. 백 연구위원은 "남한도 과거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과 같은 실수를 반복할 상황이 아닌데다, 이명박 대통령이 강경책을 쓰려 해도 레임덕 때문에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반면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민족21 대표)는 정부가 이번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 교수는 "북쪽이 추모기간인데 이 기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과거 94년 처럼 조문파동이나, 북쪽에 대한 대응수위를 높여서 북을 자극하는 행동을 하지 말고, 차분히 대응하면 오히려 남북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체적인 시각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정부가 5.24조치에서 양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기본적으로 정부가 새로운 것을 돌파해 나갈 의지는 없다"고 분석했다. 이 전문가는 "류우익 장관도 기술적 수준에서 유연성을 발휘하자는 성향이 있어 그점에서는 현인택 전 장관과는 다르지만 근본적으로 돌파해 나간다는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른 한편으로 전문가들은 진전 조짐을 보이고 있는 북미대화를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의 실마리가 잡힐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관련 북한과 미국은 지난 10월 제네바에서 열린 2차 고위급회담에서 영변 우라늄농축 프로그램(UEP)의 중단과 함께 이를 검증하기 위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를 북한이 수용하고, 미국은 총 24만톤의 대북 '영양지원'을 하기로 잠정 합의한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정창현 교수는 "북미 고위급 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협의를 나눈 것 같다"며 22일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이던 북미고위급회담은 연기되겠지만, 29일 김정일 위원장 영결식을 마치면 1월부터 접촉을 시도해서 적절한 시기에 3차 북미 고위급 회담이 열릴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정 교수는 "내년 상반기에 북한이 빅딜을 하려고 나올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남쪽이 미국의 발목을 잡을 것이냐, 아니면 순응해서 남북관계를 잘 할 것이냐의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그 선택에 따라 높은 수준에서 발전할 수도 있고, 아니면 94년 처럼 조문파동으로 남북관계가 극도로 경색되는 상황을 겪을 수도 있다"고 짚었다.

정 교수는 "국방부나 청와대 쪽 입장을 봐서는 94년 보다는 신중하게 갈 것으로 본다"며 "정부 입장에서는 미국이 어떤 방향으로 초점을 잡느냐를 본 뒤 미국의 행보를 쫓아갈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백학순 연구위원은 "정부는 '미국-북한간의 협상이 잘 되면 그때 기회가 오지 않겠느냐'는 수동적인 입장"이라며 "미국이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북이 독립적인 관계로 갈 정책 공간이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백 연구위원은 북미대화에 대해서는 "미국이 이번에도 대결적으로 나가지 않고 식량지원 등 분야에서 접근한다면 김정은 입장에서는, 쉽게 핵을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나쁘게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 연구위원은 "국내정치가 안정된 뒤에는 김정은도 아버지가 고민했던 문제를 다 물려받은 것이니까 식량.에너지문제, 미국과의 핵협상, 평화협상 등 현안으로 들어서서 전향적인 정책을 쓸 수도 있다"며 "이 과정에서 김정은이 대결적으로 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민중의소리=조태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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