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7:26 (금)
군산시늘푸른학교, ‘할매, 시작(時作)하다’ 발간
상태바
군산시늘푸른학교, ‘할매, 시작(時作)하다’ 발간
  • 한미영
  • 승인 2020.01.29 13: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차길자 어르신이 자신의 작품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사진=군산시 제공)
차길자 어르신이 자신의 작품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사진=군산시 제공)

[군산=동양뉴스] 한미영 기자 = 전북 군산시늘푸른학교가 문해학습자들이 10여년 동안 글을 배워 쓴 작품들을 모아 시집을 발간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번에 제작한 시집은 문해학습자들에게 배움에 대한 보람과 긍지를 갖게 하고 끊임없이 배우고 도전하는 삶에 용기를 심어 주고자 마련됐다.

시집에는 학습자들이 글을 배우기 전 가족이나 이웃에게 미처 표현하지 못한 사랑과 배우지 못해 당했던 서러움과 아픔들, 글을 배워가면서 느끼는 배움에 대한 기쁨과 재미, 글을 알고 나서 느낀 행복과 보람 등 어르신들이 살아온 날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90여 편의 작품이 수록돼 있다.

특히 이번 시집에는 공부를 시작한 지 5년이 넘어 올해 92세가 되는 학습자의 시가 있다. '경로당에서 무의미한 시간만 보내다가 한 자 한 자 글을 배우고 나니 세상이 달라 보인다. 남은 인생에서 희망을 찾아가고 있다'며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전했다.

또 다른 학습장에는 90세에 공부를 시작해 올해 93세를 맞이하는 늦깍이 학생의 시가 실려 있다. '들으면서 잊어버리지만 선생님과 친구가 있다는 것에 외로움도 잠시 잊고 공부에 취해 하루하루 새로운 기쁨을 느끼고 있다'며 학교를 낙원이라고 표현했다.

할매 작가들은 각자 다른 사정으로 배움의 기회를 놓쳤지만 문해교육을 통해 늦은 나이에 한글을 배웠다. 젊은 시절 농삿일과 바느질을 하며 손끝으로 썼던 이야기는 시로 새롭게 태어났다. 까막눈으로 살아온 인생이 시 한 편에 다 담길 수는 없겠지만 글을 배워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된 학습자들을 보면 문해교육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강임준 군산시늘푸른학교장은 “평균 나이 75세의 학습자들이 평생을 배움에 대한 열망을 가슴에 품고 스스로 읽고 쓰지 못하는 아픈 시간을 견디며 그 한을 풀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의 열정에 깊은 존경을 표한다”며 “학습자들의 노고와 더불어 문해교육사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교장이자 시장으로서 전력을 다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08년 ‘비문해 제로(Zero) 학습도시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돼 군산시 직영 체제로 바뀌면서 현재까지 운영돼 온 군산시늘푸른학교는 현재 42개소 읍면동에서 56개 과정의 문해학습장에 30명의 문해교육사가 문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내달부터 새롭게 진행되는 문해교육에 관심 있는 사람은 군산시청 교육지원과(063-454-2606)로 문의하면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