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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가족의 변화, 그 시작과 끝-'물질적 성공'을 향한 열망이라는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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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가족의 변화, 그 시작과 끝-'물질적 성공'을 향한 열망이라는 유산
  • 김원식
  • 승인 2024.01.02 1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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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상 박사&송유미 교수의 '우리 家 행복한 家'
이제상 박사.
이제상 박사.

[동양뉴스] 김철수씨(가명·61)는 누구나 알만한 연구기관에 재직하다 50대 후반에 명예퇴직을 한 뒤 현재 중견기업에 다니고 있다.

어려서 공부를 잘해 시골에서 ‘신동’이란 소리를 들었고, 명문대 공대를 입학해 국비로 미국 유학을 다녀왔다.  

그는 20년 전 두 남매를 미국으로 유학을 보냈고, 이후 10여년 기러기 아빠 생활을 했다.

그러다 아들을 미국에서 결혼시킨 뒤 부인이 국내로 잠깐 들어왔지만 딸 뒷바라지 한다며 다시 미국으로 떠났다.

자녀 교육을 위해 돈을 쏟아 부은 그는 2년 전 경기도 성남에 아파트를 분양받은 뒤, 부인과 함께 살아갈 날을 기다리며 직장을 다니고 있다.

필자는 김씨 소식을 접할 때마다 “자식에 매이지 말고 부부가 행복할 방법을 찾아라”, “기러기 생활이 길면 부부가 위험해진다” 등의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의 똑똑함과 성실함은 타의모범이었지만, 그의 삶은 행복하게 보이지 않았고 바람직한 모습으로 비치지 않았다.

그는 20대와 30대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 40대와 50대는 자녀의 성공을 위해 살았던 것 같다.

60대에 들어서는 분양받은 아파트의 부채를 갚기 위해, 안락한 노후생활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 

◇ 가족적 행복보다 물질적 성공을 추구한 ×86세대

김씨와 같은 ×86세대는 후진국에서 태어났지만, 자녀들에게 선진국을 선물한 세대다.

영화 ‘서울의 봄’을 보고 감격하며 1000만 관객의 주역이 된 세대이자, 대학시절 민주화에 직간접적으로 뛰어들어 대한민국 민주화에 기여한 세대이기도 하다.

그들의 아버지 세대가 1960년대, 70년대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라는 박정희 대통령의 구호에 한마음 한뜻으로 호응한 세대라면, 그들의 세대는 아버지 세대가 일구었던 산업화의 과실을 직접 따먹은, 산업화의 결실을 향유한 세대였다. 

1980년대 대학을 다니면서 취업걱정이 없었다. 고도성장기, 대기업에서 서로 모셔가려고 난리였다.

잔디밭에서 막걸리 먹던 대학캠퍼스의 낭만이 살아있던 시절이었다.

대학입학만하면 4년 내내 놀다가 졸업시즌이 되면 대부분 취업이 되었다.

취업해서는 결혼도 하고 몇 년 저축해서 아파트도 장만할 수 있었다. 

×86세대는 부모의 유산을 물려받은 세대다.

아버지 세대가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라는 열망으로 중진국으로의 도약을 이루어냈다면, 이들은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우리도 더 잘 살아보자’는 자세로 선진국에 도달했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경험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지만, 가장 짧은 기간에 선진국에 올라선 국가를 만들었다.

‘우리도 잘 살아보자’라는 욕망이 한국인 뼈 속까지 스며든 원천적인 DNA가 되었다.

◇ ‘우리도 잘 살아보자’는 욕망, 선진국으로 이끌어

그러나 ‘우리도 잘 살아보자’는 욕망은 행복이 아니었다.

아버지 세대도, ×86세대도 잘사는 것을 돈이 많은 것으로 생각한다.

행복은 성공이 아니다. 성공은 물질적 성공을 의미한다.

연봉이 얼마인지, 아파트는 몇 평인지에 관심을 갖는다.

귀감이 되었던 김철수씨는 자신과 자식의 물질적 성공을 우순순위에 두었고, 자신의 행복, 부부의 행복을 언제나 다음 순위에 놓았다. 

이런 가치추구방식이 ×86세대에게서 1990년대 세대, MZ세대로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요즘 청춘남녀들은 결혼하지 않고 출산하지 않는 것이 자연스러운 세대가 되었다.

결혼하려면 아파트를 소유해야하고 번듯한 직장을 다니고 있어야하며, 출산까지 하려면 연봉 얼마 이상 등 여러 조건을 갖추어야한다.

그러다보니 결혼과 출산도 물질적 성공을 거둔 특수계층의 전유물, 사치재(奢侈財)가 되어가고 있다.

물질적 조건을 갖추기 전까지 결혼을 연기하는 것도, 출산을 기피하는 것도 이런 가치추구방식에서 기인한다.

◇ 아파트, 직장 있어야 결혼·출산, ‘저출산’ 야기

그 결과 저출산현상이 지속되어 인구부족현상, 역피라미드 현상이 구조화되었다.

한국사회가 지탱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국을 일으켜 세운 ‘물질적 성공’을 향한 열망이 이제 다음세대, 미래세대를 망치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외부 칼럼은 동양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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