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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미국에 욕먹더라도 용의자 한국 데려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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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미국에 욕먹더라도 용의자 한국 데려와야"
  • 정혜규
  • 승인 2011.10.11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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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살인사건 피해자 어머니 이복수씨
▲ 이태원 살인사건의 피해자 조중필씨의 어머니 이복수(68)씨. 그는 아들의 죽음 이후 사건 재수사와 처벌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였다.ⓒ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이태원 살인사건' 용의자가 미국 수사당국에 붙잡혔다. 지난 1997년 이태원의 한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조중필(당시 23세)씨가 칼에 8~9차례 찔려 죽은 지 14년만이며 용의자인 '주한미군 아들' 아서 패터슨(당시 18세)이 미국으로 도피한지 12년 만이다.

숨진 조씨의 어머니 이복수(68)씨는 10일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아들을 죽인 놈들을 처벌하지 못한 것이 아직까지 분하다"고 말했다.

사건 당시 패터슨은 현장에 함께 있었던 한국계 미국인 에드워드 리(당시 18세)가 자기 대신 살인 혐의를 뒤집어쓰고 재판을 받던 중 출국금지가 풀린 사이를 틈타 1999년 미국으로 도피했다.

하지만 도피 이후에도 한국 정부는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못했다. 검찰은 2000년 11월과 2002년 1월게 두 차례에 걸쳐 미 법무부에 패터슨의 살인혐의를 조사할 수 있도록 사법 공조 요청서를 보냈지만 미국은 묵묵부답이었고 2002년 10월 패터슨에 대해 기소중지 결정을 내렸다.

당시 검찰은 패터슨으로부터 사람을 죽였다는 말을 들었다는 미군 자녀 등 참고인 소환도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가로막혀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이씨는 "패터슨이 친구들에게 사람을 죽였다고 자랑까지 했었는데 우리 정부는 처벌하지 못했다"며 "6.25때 협정을 맺은 것 때문에 우리 국민을 지켜야할 사람들이 개처럼 알아서 기는 모습을 보면서 속상했다"고 떠올렸다.

이씨는 재판 소식이 행여 끊길까봐 14년째 이사도 가지 않고 전화번호도 바꾸지 않고 살아왔다. 아들 관련 소식을 듣기 위해 늘상 법무부에 확인전화를 해왔고, 사건에 대해 듣고 싶어 하는 모든 이들에게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하나하나 설명해왔다.

용의자 패터슨이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중이라는 소식을 들으면서도 이씨는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현재 패터슨은 국내 송환을 위한 재판을 받고 있는데 재판 결과가 언제 나올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패터슨의 신병을 넘겨받는 데만 1년 넘게 걸릴 수도 있다.

'이태원 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얼마남지 않았는데 재판 결과에 따라서 처벌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살인사건은 공소시효가 15년으로 '이태원 살인사건'의 경우 만료까지는 6개월 정도가 남아 있다. 패터슨이 외국으로 도피한 것으로 볼 경우 공소시효는 출국 시점부터 정지돼 처벌이 가능하지만, 패터슨이 도피를 목적으로 출국했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적용할 수 없게 된다.

이씨는 "빨리 한국으로 데려와서 처벌했으면 좋겠는데 미국 재판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고 하니 답답하다"며 "공소시효가 지나면 처벌하지 못한다는데 공소시효가 끝나기 전까지 데려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이씨는 "우리 아들 죽인 놈들이 미국 가서 결혼도 하고 자식도 낳고 잘살고 있다고 하더라"며 "빨리 한국으로 데려와서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주었으면 좋겠다. 한국 정부가 미국에 욕먹더라도 이번엔 강경하게 나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중의 소리=정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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