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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왜 가족이 힘들까?-3대에 걸친 내면화의 대물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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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왜 가족이 힘들까?-3대에 걸친 내면화의 대물림
  • 김원식
  • 승인 2023.09.25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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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상 박사&송유미 교수의 '우리 家 행복한 家'
송유미 대구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 (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 소장)​

[동양뉴스] 30대 초반의 여성 A씨가 최근 엄마와의 관계에서 불편한 감정이 일고 있는데, 왜 그런지 답답하다며 물어 왔다.

지금껏 감지하지 못했던 감정인데 근래 들어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A씨에게 어머니는 어떤 분이고, 최근 기억날만한 것들을 얘기해 달라고 했다. 

60대 초반의 A씨 어머니는 다소 정적이고 가족들에게 특별히 모나는 모습은 없다고 했다.

다만 맏딸인 A씨에게 친구처럼 소소한 일상에 대해 말을 자주 하는 편이었다.

다른 친구 집하고 달랐던 점은 외가에 가는 것에 불편해했다는 점이다.

A씨가 보기에 꼭 가야만 할 때는 가지만 억지로 간 듯했다.

어린 시절엔 그런 가 보다 했는데, A씨가 결혼을 하고 보니 어머니의 모습이 다르게 느껴졌다고 했다.

A씨의 어머니는 A씨가 초등학교 다닐 적부터 외할머니에 대한 불편함을 푸념하듯 했다.

A씨의 기억이 거기까지이지만 더 어렸을 적부터 줄곧 해 왔을 수도 있다.

A씨는 어머니에게 자신이 해 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는 것에 미안함이 들었지만, 어떨 땐 ‘나보고 어쩌라고’하는 반발심도 컸다.

◇ 80대 외할머니의 60대 엄마에게 ‘사과’ 

그러던 A씨의 어머니가 달라졌다.

A씨의 어머니는 더 이상 악몽을 꾸지 않는다고 했다.

그동안 A씨의 어머니는 한 달에 한 번씩 뭔가에 쫓겨 도망치다 엉엉 울면서 깨곤 했다고 했다.

시점은 A씨의 외할머니가 다녀간 이후부터다.

A씨의 외할머니가 A씨의 어머니에게 “네가 맏딸이라고 일찍부터 너한테만 집안일 시키고, 동생들 돌보라고 하고, 특히 니 아버지 술 심부름은 안 시켜야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너가 너무 어렸어.

엄마 마음에 안 들면 혼도 많이 냈던 것 같고. 미안하다.

그때는 엄마도 니 아버지 때문에 힘들어서 그랬다”면서 사과를 했다고 한다. 

A씨는 그 얘기를 듣고 ‘80 넘으신 노인네가 돌아가실 때가 되었나? 갑자가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으셨길래 그러셨을까? 이왕 하실 거면 진작 하시지. 지금이라도 하신 게 어디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은 ‘이젠 엄마로부터 외할머니에 대한 불편한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되겠구나, 이젠 엄마에게 미안해하고 원망하지 않아도 되겠구나’로 이어졌다고 한다.

아무튼 어머니는 외할머니의 말과 행동들로 60이 넘도록 치유되지 못한 큰 상처였었는데, 하루 몇 마디의 사과로 싹 씻긴 듯했다.

A씨는 다시 어머니로부터 외할머니에 대한 푸념들을 듣지 않아도 되는 것에 좋았고, 어머니와의 관계가 더 좋아지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A씨 자신도 모르게 어머니에 대한 불편한 감정들이 올라오는 이 불편한 진실에 답답했다. 

◇ 엄마가 딸에게 건네야 할 뒤늦은 사과 

이젠 A씨 어머니 차례다.

A씨 어머니도 A씨에게 사과할 것이 없는지 살펴야 한다.

A씨 어머니는 자신의 어머니처럼 다른 형제들보다 더 집안일을 시켰다거나 동생들을 돌보라고 했다거나 남편 술 심부름을 시켰다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혼을 많이 냈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외할머니에 대한 어머니 자신의 불편한 푸념들로 A씨에게 ‘나는 엄마에게 아무런 도움이 못되는 구나’ 하는 미안함과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하는 원망감을 내면화시켰다. 

A씨와 A씨의 어머니는 내면화의 대물림에 대해 알아야 한다.

특히, A씨의 어머니는 자신이 친정 어머니로부터 받았던 불합리한 대접들로 갖게 된 불편한 감정들을 딸인 A씨에게 쏟아내는 바람에 편했는지는 모르겠지만 A씨는 어머니로부터 받은 감정들과 그 감정들로 자기 안에서 일어나는 또 다른 불편한 감정들로 살아왔다.

A씨는 어머니의 희생양이 되어 온 셈이다.

이 내면화는 세대를 거쳐 대물림되면서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A씨와 A씨 어머니처럼.

◇ 성인자아와 내면 아이와의 대화로 치유

필자는 A씨에게 자신의 성인자아가 내면의 아이에게 질문을 건네도록 했다.

성인자아와 내면의 아이와의 대화를 통해 서로 유대감을 형성케 하고,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A씨(성인자아): 지금 너가 굉장히 힘들다는 거 알아. 왜 그런 감정이 들지?

내면의아이: 나는 엄마가 떠날까 봐 두려웠어.

A씨(성인자아): 왜 엄마가 떠날 거라고 생각했어?

내면의아이: 난 엄마에게 너무 부족한 딸이거든

A씨(성인자아): 왜 부족하다고 생각해?

내면의아이: 넌 항상 내가 제대로 하는 것이 없다고 하잖아.

그럴 때마다 어릴 때 엄마가 나에게 했던 말들이 생각나.

엄마가 했던 말들에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었거든.

그래서 늘 미안했고, 더구나 원망감이 들었는데 그 조차도 미안했어.

엄마가 저렇게도 힘든데 내가 엄마를 원망하다니. 나는 엄마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부족한 사람이었지.

A씨(성인자아): 엄마에게 도움이 안 되는 너를 엄마가 버릴까 봐 두려웠었니?

너가 더 이상 엄마에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고 지켜줄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했던 거지?

내면의 아이: 그래

A씨가 엄마에게 자연스럽게 말을 건넸다.

“다행이네. 엄마한테 외할머니의 말이 큰 상처가 됐었다가 사과하는 말에 치유가 되었나 보다. 이 기회에 엄마도 나한테 사과할 거 없나 생각해 봐. 하 하~” 라고.

 (외부 칼럼은 동양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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