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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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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가족
  • 서다민
  • 승인 2023.09.27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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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범 교수의 세상을 보는 눈
강경범 교수.
강경범 교수.

[동양뉴스] 현대 심리학에서 가족(家族)이라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적극적인 탐구는 이제 초저출산이라는 국가의 오명(汚名)과 함께 탐색의 그 과정마저 제지(制止)받는 느낌이다. 어쩌면 정체되어 있는 사고(思考)가 우리의 감각적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추상적 생각의 틀 속에서 상상하는 경험과 수많은 질문 속에서 창의적인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인간의 지능과 인공지능의 경쟁, 환경의 변화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흰 종이와 흰 옷감에 어떤 색깔을 먼저 입히는 것은 서로 다른 가치(價値)의 차이일 뿐 그 중요성에 한계를 짓는다. 혈연 혼인 입양으로 이루어지는 사랑의 공동체. 종교와 신념을 넘어 강요되지 않은 희생 속에서 생계와 양육, 부양과 보호, 교육 등이 한 울타리에서 함께 이루어질 때 그 존재가치가 더욱 빛을 바라는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나에게 있어 가족은 정말 소중한 존재이다. 물론 많은 사람이 자신의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할 것이다. 어릴 적 부모님은 인생을 지탱해 주는 큰 산이었고 형제들은 산을 받치고 있는 나무와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이렇듯 그 당시에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있어 나름 부드럽고 착하고 어질고 순하고 온화하였지만 언제나 사심(私心)에 사로잡혀 명랑하고 쾌활하지는 못한 것 같다. 그저 일상(日常) 적인 모습은 윗사람을 공경하고 아랫사람에게 모범을 보이는 것이 삶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려서부터 절제하던 나의 삶은 내가 좋아하는 일이나 행동들이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한 속내를 가린 체 가식에 사로잡혀 세상과 타협하며 이중적 잣대로 고단한 삶을 이끌어 온 것 같다. 어쩌면 나 자신에게 희생을 강요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지금의 성장 과정 또한 프로이트의 정신 결정론을 증명이라도 하듯 진실을 가리운 채 삶은 변함이 없다.

어느 날부터 인가 단순히 습관처럼 되어버린 “잘하셨어요” “네 괜찮아요”하며 던지던 일상생활의 모습에서 숨겨진 진실을 들춰보았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최근 나의 삶 또한 물질적 다툼 속에 이루어지는 가족 간의 오해(誤解)에 비껴가지 못했다. 그저 가만히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 현실에 말소리를 낮추며 모든 것이 물질 만능 주위로 치닫는 것이 오히려 문제의 심각성을 키운 것은 아닌지 골똘히 생각하여 본다. 비록 각자 삶의 방식이 다를지라도 가족이란 서로가 존중하고 신뢰하며, 생활상의 가족 부조를 스스럼없이 행하고 희생하며 소화하는 따스한 모습만을 생각할 뿐이었다. 유독 가족의 일에 스스로 능력을 상실(喪失) 하기 때문이었을까. 살다 보면 서로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자신을 질책하며 삶의 가치를 합리화시킬 때 바라본 노부(老父)의 짙은 주름에 가슴에 못이 박힌다. 세상의 어느 부모가 낳은 자식을 사랑하지 않았겠는가, 잠시 머뭇거리며 진정 “내가 진정 신을 믿는 이유는 진실에 다가가기 위함이다.”라는 생각에 씁쓸히 말문을 닫는다.

우리는 가족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간혹 가족 간의 이해 다툼이 발생 시 문제가 무엇이든 해결해야 할 문제인 것만큼은 확실하게 인식하면서도 해결의 실마리는 잘 보이지 않는다. 지금 이대로가 괜찮은 것일까. 복잡한 감정의 회오리 속에 휘말리기도 하며 가족에 대한 사랑과 용서, 배려와 공감은 그 서열을 파괴한 체 감정의 난해함 속에 숨어들곤 한다. 부모와 형제의 입장에서 혹은 자식의 입장에서 과연 어느 위치에 머물러 해결해야 하는 것일까. 간혹 가족의 소중함을 수면 아래 잠재우고 어쩌면 남보다 못한 가족이라는 이중적 잣대를 들이밀며 저울질할 때 가족이란 나에게 무엇인지 낯선 질문과 마주한다. 한가위 속 의심의 여지가 없는 가족의 소중함에 애정을 더해 생각해 볼 뿐이다.

(외부 칼럼은 동양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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