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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왜 가족이 힘들까?-어린 시절, 가족에 헌신한 맏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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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왜 가족이 힘들까?-어린 시절, 가족에 헌신한 맏딸 이야기
  • 김원식
  • 승인 2023.11.22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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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상 박사&송유미 교수의 '우리 家 행복한 家'
송유미 대구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 (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 소장)​

[동양뉴스] "누군가 나를 부족하다며 비난하는 것만 같아 불안해요. 나이 값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해요."

50세 중반 여성 A씨의 이야기다. 

A씨는 어릴 때의 기억을 들려줬다.

"엄마는 언제나 바빴어요. 당신을 대신해 제가 해야 할 일들을 늘 주었던 것 같아요. 네 살 아래의 여동생도 봐야 해서 학교를 다녀오면 동네 아이들과 소꿉놀이도 숨바꼭질도 못 해 봤어요. 밥 짓는 것은 기본이고 청소도 했어요. 숙제도 하고 공부도 해야 했지만 그럴 시간도 없었어요. 선생님께는 꾸중 듣거나 벌 받는 일이 많았어요. ‘왜 내가 집안일을 다 해야 하나?’는 생각에 억울함도 많았어요.”

그렇게 했을 때 엄마는 어떤 말을 해주었는지를 물으니 “아이고 맏딸이 최고다! 너가 있어서 엄마가 편하다” “청소도 잘 하고 밥도 잘 하네!”라고 칭찬은 해주었다고 했다.

칭찬받았을 때의 느낌은 어땠냐는 물음에 “화가 났어요. 밥하기도 싫었고, 청소도 하고 싶지 않았고, 빨래만큼은 안 시켰으면 했어요” 라고 했다.

지난 시간들에 억울함이 많았겠다고 하니 그래도 맏딸로서 해야 할 일을 했으니 ‘됐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고, 엄마가 인정도 해줬고 칭찬도 해줬기 때문에 감사함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 누군가 자신이 나서서 일을 하지 않으면 비난하는 것 같고, 이렇게 사는 게 잘 살고 있는지 몰라 문득문득 불안해진다고 했다.

◇ 어린 시절, 어린 아이의 욕구가 충족 안돼

A씨가 주로 만나는 사람들이나 모임에서 보여주는 행동 패턴에 대해 물었다.

A씨는 자신이 속해 있는 모임에서 늘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아 나설 때가 많고, 가만히 앉아서 다른 사람들이 해준 것을 그냥 받을 때면 많이 불편하다고 했다.

일찍부터 집안일을 해 온 탓인지 일하는 일머리와 요령도 있어 짧은 시간에 끝내고, 그들로부터 ‘역시 대단해’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야!’라는 소리를 듣곤 했다.

그런 소리를 들을 때면 기분이 좋다가도, ‘늘 이렇게 해야 하나’는 생각이 들면, 좋았던 기분이 싹 가시면서 그 자리가 부담스러운 자리가 되어버린다고 했다. 

A씨의 어린 시절에는 어린 아이가 없었던 것 같다.

어린 아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충분히 하지 못한 채 성장해 버린 ‘내면의 아이’의 궁핍함이 느껴졌다.

A씨의 내면의 아이는 엄마나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시간을 보냈지 정작 자기 자신을 위한 시간은 부족했던 것 같다.

A씨의 내면의 아이는 다른 아이들처럼 놀고 싶었을 거고, 예쁜 옷과 먹고 싶은 것을 사달라고 조르고도 싶었을 거고, 더 이상 동생 돌보는 것도 싫었을 것이다.

친구들과 놀 시간도 갖고 싶었을 것이다. 

◇ 자신의 내면의 아이에게 성장의 기회를 주어야

그래도 A씨는 동생 돌봄이나 집안일을 감당해 낸 훌륭한 사람임에는 분명하며 열정과 희생과 헌신할 줄 아는 강점도 있다.

지금부터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듣는 ‘괜찮다’ ‘대단해’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는 소리가 아니라 스스로가 괜찮고 대단하고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임을 인정하고 자신을 지지‧격려하는 사람으로 성장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성인이라 성장할 게 없는 것이 아니다.

A씨의 내면의 아이에게 이제라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다 큰 성인에게 누가 그런 기회를 주겠는가! A씨 스스로가 자신에게 주어야 한다.

그게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

◇ 버킷리스트 만들고, 정서적 경계선 유지

A씨에게 내면의 아이가 원하는 것을 몇 개로 추려서 버킷리스트화하게 했다.

첫 번째가 그때 네 살 아래의 여동생에게 고마웠다는 말을 듣고 싶어했고, 두 번째가 늦었지만 그 때 불성실했던 학교생활에 도전하고 싶어 했다.

필자는 여동생과의 여행을 추천했고, 학교는 필자가 재직중인 학교를 추천했다.

어린 시절에 대해 불행하다고는 했지만 집안일을 감당해 낸 것도 자신이고, 열정적으로 희생하고 헌신한 것도 자신이고 앞으로 내면의 아이가 하고 싶었던 것을 하게 하는 것도 자기자신이라면서 A씨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받게 하는 쪽으로 이끌었다.

또, A씨에게는 정서적 경계선이 필요했다.

어린 시절의 엄마에게도 네 살 아래의 여동생에게도,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에게도 적절한 정서적 거리감을 유지하면서 스스로 위축감 없이 피해가 되는 것 없이 스스로가 결정하면서 결정하는 대로 이행하는 것이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는 내면의 힘이 된다고 했다. 

(외부 칼럼은 동양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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