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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왜 가족이 힘들까?-간섭하고 싶을 때, 입에 '접착테이프' 붙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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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왜 가족이 힘들까?-간섭하고 싶을 때, 입에 '접착테이프' 붙여라
  • 김원식
  • 승인 2023.12.26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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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상 박사&송유미 교수의 '우리 家 행복한 家'
송유미 대구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 (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 소장)​

[동양뉴스] “이젠 야단도 안 통해요. 때리려고 손을 들면 피하지 않고 제 손을 잡으며 노려봐요.

손자가 무서워졌어요.”

생후 8개월부터 중학교 1학년 때까지 키워온 외손자가 이젠 무섭고 두려워졌다며 앞으로 어떻게 키워야 할지 막막하다는 60대 할머니 A씨의 이야기다. 

◇ 외손자를 데려와 키우는 60대 할머니

A씨는 딸이 결혼을 잘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딸이 더 이상 불행한 결혼생활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이혼하게 했고, 자식이 있으면 걸림돌이 될 수 있으니 외손자를 데려와 키워왔다.

외손자가 생후 8개월 때였다.

딸이 이혼했지만, 외손자를 데려와 키운 것은 참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부모에게 버려져 상처받은 아이들 중 잘 자라지 못하는 아이들을 볼 때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껏 잘 키워오고 있다던 외손자가 갑자기 돌변해 말이 거칠고 행동도 불량스럽다.

A씨와 상담을 하면서 공통된 문제가 발견되었다.

딸의 이혼도, 외손자를 데려와 키운 것도 모두 자신의 의사였다.

A씨는 두 사람의 경계선을 많이 침범했고, 외손자에게는 심각한 수준으로 침범했다.

외손자가 돌변하게 된 데는 이유가 충분했고 당연했다.

A씨가 변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A씨는 불안감이 많다.

자신의 실패한 결혼생활이 딸에게 영향을 준 것 같고, 외손자에게 만큼은 대물림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조급함 또한 많다.

외부 사람들이 자신이나 딸, 외손자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상당히 신경이 쓰인다.

그러다 보니 외손자에게 1번이면 될 잔소리를 2번, 3번 하기 일쑤다.

외손자는 할머니를 잔소리를 많이 하고 간섭도 많이 하고 자기를 믿어주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외손자에게 간섭하고 명령하는 습관을 버리면 돼요. 만약 그게 힘들다면 간섭하고 싶을 때마다 손과 입에 가상의 ‘접착테이프’를 붙여 끼어들지 않도록 노력하세요. 생활 전반에 걸쳐 외손자가 할머니 없이도 자기 삶을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무엇이든 대신해주려고 하지 말고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세요.”

◇ 간섭하고 싶을 때, 멈추고 불편한 감정 파악

부모교육 전문가인 비키 호플은 ‘부모의 5가지 덫’이란 책에서 자녀를 끔찍이 아끼고 사랑하는 부모일수록 잡초를 무성하게 키우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또 부모가 자녀에게 쏟는 관심은 그것이 좋건, 나쁘건,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았건 결과적으로 잡초를 더 잘 자라게 만드는 비료나 다름없다고 했다.

부모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받고 자라야 할 자녀에게 그것이 덫이 된다고 하니 참 아이러니하다.

이에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 부모가 반드시 알아둬야 하는 게 있다.

아이들은 세 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행동을 개시한다.

자기가 선택한 것들을 자유롭게 탐색하면서 자기만의 세상을 찾아 나선다.

이때 자신의 행동 가운데 어떤 특정 행동이 부모로부터 큰 반응을 얻게 되면 그 즉시 잡초가 뿌리 내리기 시작한다.

만일 부모가 그 행동에 대해 잔소리 타이름 꾸중 등의 관심을 보인다면 잡초는 더욱 빨리 자랄 것이다.

그 결과 자녀는 잡초의 영향을 받아 투덜이, 고자질쟁이, 떼쟁이 등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세워나가게 된다.

부모가 신경을 쓰면 쓸수록 자녀들은 자주, 집요하게 그 행동을 되풀이하게 된다.

◇ 잘 키우겠다는 의욕이 아이의 마음에 잡초 키워

A씨의 외손자도 마찬가지였다.

A씨는 자신의 마음에 가득 찬 불안감, 조급함, 분노 등이 딸에게도 외손자에게도 투사되어 잔소리와 간섭을 넘어서서 집착 수준까지 이르렀음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잘 키워보겠다고 더이상 대물림이 없어야 한다고 다짐했던 것들이 오히려 외손자에게 잡초만 무성하게 했던 비료였다는 것을 통감하면서 변화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하면 잡초와 비료라는 악순환을 끊고 외손자의 문제 행동을 바로 잡을 수 있을까요?” 

필자는 몇 번의 상담을 진행하면서 A씨에게 잔소리나 간섭을 하기 전에 ‘접착테이프’를 떠올리면서 자신의 내면에 떠오르는 불편한 감정을 알아채고, 그 불편한 감정이 외손자에게 간섭이라는 형태로 투사되지 않도록 하는 훈련을 지속했다.

(외부 칼럼은 동양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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