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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왜 가족이 힘들까?-부모가 되기 전에 '부모 되기'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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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왜 가족이 힘들까?-부모가 되기 전에 '부모 되기' 준비해야
  • 김원식
  • 승인 2024.02.27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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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상 박사&송유미 교수의 '우리 家 행복한 家'
송유미 대구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 (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 소장)​
송유미 대구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 (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 소장)​

[동양뉴스] 30대 초반의 김태희씨(가명)는 앳된 얼굴이지만, 아들 하나 딸 둘을 둔 엄마이다.

놀라움도 컸지만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는 측은함도 컸다.

일찍 엄마가 된 것에서, 아이 셋을 키우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겠구나 싶었다.

예측대로였다.

스물이 안 되어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임신중절 수술을 받았고, 아이 둘을 낳고 나서야 며느리로 받아들여지면서 결혼식을 올렸다.

아이 하나를 더 낳아 키우고 있는데, 막내 나이가 아직 돌도 되지 않았다.

저출산으로 국가가 위기를 겪고 있는데, 아이 셋을 출산한 김씨는 장한 엄마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김씨는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고, 자살을 몇 차례 시도한 바가 있기 때문에 장한 엄마라기보다는 불행한 엄마에 가까웠다.

김씨뿐만 아니라 세 아이들도 안타까웠다.

◇ 생후 36개월 애착 실패가 자식에게 대물림

김씨 같은 상황은 세대 단위로 대물림된다는 이론적 근거 하에 그가 어떻게 자라왔는지 그의 삶을 추적했다.

특히 애착과 분리-개별화에 따라 ‘정신적 탄생’이 이루어지는 생후 36개월간의 양육환경이 중요했다.

세 살 터울의 오빠와 여섯 살 터울의 여동생을 둔 김씨는 부모가 아닌, 조부모 슬하에서 자랐다.

부모가 일을 하면서 오빠와 동시에 자신을 키우기 힘들어 조부모에게 맡겨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부모에게 버림받았고 동생에게 사랑을 빼앗겼다고 했다. 거기에다 아버지의 폭력과 잦은 부부싸움에 자신이 참으로 무력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 어떤 것도 김씨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했다.

이와 유사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성인이 되기 전에 비정상적으로 부모가 되는 사례가 많은데, 김씨 역시 그 경로를 밟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씨 세 아이의 생후 36개월의 양육환경에서, 첫째와 둘째 모두 첫돌이 되기 전에, 그리고 막내는 6개월 될 때쯤 어린이집에 맡겼다고 했다.

이른 나이에 엄마가 된 김씨의 양육부담은 다른 엄마들보다는 몇 배는 컸던 것 같았고,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충분한 애착 형성이 생략되어 결국 모성에 대한 상실감이 매우 컸을 것 같았다.

김씨 자신의 양육환경과 세 아이의 양육환경은 상당히 유사하다.

특히 애착과 분리-개별화가 형성되어져야 할 생후 36개월간, 모체로부터 분리되어 양육되었다는 것은 정서적인 부분에서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에 주목해야 했다.

김씨는 청소년기에 우울을 경험했고 몇 차례 자살 시도를 한 사람이다.

지금의 아이들은 어떻게 자랄까?

김씨나 다른 임상적 사례들과 비교해 볼 때 이 아이들이 정신적인 문제를 일으킬 잠재적인 요인들이 다분하다.

◇ 생후 36개월 이후 어린이집, 유치원에 보내야

아이를 어린이집 또는 유치원에 보내는 것은 양육자와 충분한 애착이 형성되고 분리 개별화가 된 후인 만 3세가 지나서, 보내야 한다.

3세 이후의 아동은 다양한 문화적 가치와 사회적 역할을 경험해야 하기 때문에 가정 이외에 다른 가정을 경험하고 부모 이외의 다른 어른들을 경험하는 것이 좋다.

친형제가 아닌 아이들도 경험하고 그 차이를 느끼고 더불어 지내는 법도 배울 수 있어야 한다.

3세 이후의 이런 경험은 만 3세 전에 정신 내부에 형성된 경험들과 비교하고 더 좋은 것을 섭취하는 기회가 되며, 후일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사회화를 이루는 결과로 나타난다.

특히 또래 아이들의 다양한 입장과 감정을 접하고 이를 파악하고 처리하는 기술을 익힌다. 소위 문화화와 사회화의 기본적 바탕이 이루어진다.

그렇지만 김씨 자신과 그의 아이들처럼 만 3세가 되기 전에 주양육자인 엄마로부터 떨어져 성장한다면, 엄마와의 충분한 애착감을 느끼게 해 주지 못해 불행한 느낌 속에서 외롭고 불행한 시기를 보내게 된다.

결국에는 자아의 현실거래능력이 떨어지게 되고 학교생활 등에서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분리-개별화에 실패하여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문화화와 사회화에 실패하여 성인이 되어도 애착의 대상을 병리적으로 선호하게 되는 등 병리적인 인생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 김씨의 우울과 자살충동은 애착의 결핍 때문

김씨는 자신의 우울과 자살충동의 출처가 양육과정에서의 결핍된 애착에 따른 결과이며 이것이 남편과 아이들에게 어떻게 투사되고 있는지 그 역동성을 객관적으로 통찰할 수 있어야 한다.

이후 결핍된 애착을 공급받아야 할 대상이 남편도 세 아이도 아닌 바로 그 자신임을 자각하고, 더 이상 남편과 세 아이가 자신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마 장기적인 과정이 될 것 같다.

여러 차례의 퇴행을 경험할 것이고 완전한 치료에 대한 확답을 주기도 어려울 것 같다.

생후 36개월간의 애착과 분리-개별화 실패가 치료를 어렵게 하기 때문에 부모가 될 사람들은 부모가 되기 전에 ‘부모 되기’ 준비 작업을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이다.

(외부 칼럼은 동양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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